얼마 전 한 중견 택배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택배비 인상을 추진한다는 기사와 관련해서다. 그는 기업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해 업무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면서 회사이름이라도 익명 처리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아쉽게도 그의 하소연은 반영해주지 못했으나 택배업계는 급격한 유가상승과 인력부족 등으로 가격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비는 지난 10여년간 오히려 하락해왔다. 택배서비스가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던 90년대 후반 택배차량의 경유값은 리터당 300원대 중반이었다.
당시 대형택배사들의 택배단가는 4000원대. 경유값이 최근까지 1700원에 육박했지만 택배비는 오히려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택배회사들이 택배업 비중을 낮추고 해외물류사업에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 역시 국내 택배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바라는 쪽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고객이다. 일반 소비자물량은 매출비중이 낮은 것은 물론 개별 단가도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 10여년 간 물가와 인건비, 원자재값 상승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기업고객이 가장 이익을 봤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택배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눌린' 가격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다름아니라 택배기사로, 이들은 비성수기에도 하루 12시간 가까이 고되게 일하고도 하루 9만~10만원씩, 한달에 200만원 안팎을 번다고 한다.
택배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연간 물류비 절감 계획을 지시하고는 퇴근 후 저녁 늦게 도착하는 택배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는지, 저렴한 택배비에 '상생의 그늘'이 있다는 점을 되돌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