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로봇'이 지진 구조할 시대 온다"

"'차두리 로봇'이 지진 구조할 시대 온다"

정진우 기자
2011.03.23 11:00

[정진우의 정책테마 인터뷰]③박정성 지식경제부 로봇산업과장

[편집자주] '탄소저감에너지, 나노융합, 글로벌 헬스케어...' 정부가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로 내세운 신성장 동력 산업들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테마를 형성하면서 큰 화제가 되곤 하죠. 그런데 여전히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산업이지"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지"라고 궁금해 하시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신성장 동력 산업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담당 국과장을 만나 투자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확 풀어드리겠습니다.

- 올해 로봇산업 분야에 1000억 원 투입, 핵심 사업 육성

- 2018년 국내 로봇시장 20조원, 세계 100조원..."3대 로봇강국"

- 시범사업 통해 상용화 로봇 개발 박차, 올해 300억 투입

# 모든 게 무너졌다. 아니 쓸려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평화롭던 도시는 한순간 폐허로 변했다. 몇 명이 숨지고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대재앙은 그렇게 찾아왔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 얘기다.

파괴된 건물 잔해는 여기저기 흩어졌다. 구조대는 필사의 노력으로 사람들을 구했다. 아직 누군가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서다. 그런데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좁은 공간에 뭔가가 들어갔다.

바퀴가 달린 작은 물체, '재난용 로봇'이었다. 역시 로봇 강국 일본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특수 로봇을 투입시켰다. 이 모습은 일본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고,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 3동 지식경제부 로봇산업과에서 만난 박정성(40, 사진) 지식경제부 로봇산업과장은 이를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했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로봇산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그로선 우리 로봇 기술을 떠올릴 수밖에 없어서다.

박정성 과장은 이날 마감하는 '2011년 로봇 시범사업'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로봇산업 발전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몇 년 후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정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고 했다.

박 과장은 "20∼30년 전만해도 1인 1PC 시대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 그렇게 됐다"며 "딴 세상 이야기 같지만 앞으로 1인 1로봇 시대도 반드시 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기술 수준에선 로봇이 재난지역을 살피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지칠 줄 모르는 차두리 로봇이 나와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직접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로봇산업이 제조용과 서비스용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재난·소방용 로봇부터 시작해 개인 특화 서비스 로봇까지 무궁무진하게 개발될 것이란 얘기다.

박 과장 설명처럼 국내 로봇 산업은 크게 제조용(공장기계 등)과 서비스용(교육·의료서비스 등)로 나뉜다.삼성전자(178,400원 ▼11,200 -5.91%)현대자동차(465,500원 ▼22,500 -4.61%)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들이 제조용 로봇이다. 교육 현장과 병원 등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이 서비스용이다.

박 과장은 "지금은 솔직히 완전히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앞으로 개인서비스 분야 로봇이 많이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첨단 기술이 개발될 수록 사람들의 기대치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욕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일본 로봇 기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일본이 아무리 로봇 강국이지만 우리가 언젠가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박 과장은 "일본이 아무리 뛰어난 로봇기술을 갖고 여러 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계는 있다"며 "방사능 유출 탐지 등 지금 반드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로봇개발은 미진하다"고 말했다.

복잡한 산업 제조공정과 인명 구조엔 로봇이 활동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투입될 만큼 로봇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까지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로봇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 박 과장은 "우리나라를 세계 로봇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2018년 일본을 제치는 게 우리 목표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만큼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로봇시장은 현재 1조원 규모다. 세계 로봇 시장은 10조원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2018년 국내 로봇 시장을 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때 세계 시장은 200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과 독일을 비롯해 세계 3대 로봇 강국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올해 로봇산업에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연구개발에 700억 원, 시범사업에 300억 원이다. 연구개발은 지난 수 십 년간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던 분야다. 국가 기간망부터 시작해 국민 생활까지 총 망라돼 있다. 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심으로 로봇산업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시범사업은 정부가 로봇을 상업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철저히 시장성만 보고 진행한다. 3년 이내 상용화가 목표다. 새로운 로봇 시장을 국내에 적용하거나, 해외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형식이다.

올해 사업비 300억 원 중 150억 원은 자유공모에 들어갔다. 나머지 150억 원은 정부 주도로 교육과 소방, 상수, 중소제조 등 4개 분야 기획 과제에 지원됐다. 지경부는 올해 시범사업 지원 대상을 추리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접수한 결과 47개 컨소시엄이 지원했다.

지경부는 시장 창출에 역점을 두고 평가를 해서 4월 중 10개 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쟁률이 무려 5대1이다. 이번 사업 아이템을 분류한 결과 교육과 문화, 제조, 의료, 홈서비스 분야까지 다양했다.

삼일씨티에스는 골프연습장에서 골프공을 회수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15억 원을 지원 요청했다. 롯데시네마는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고 영화표를 구입할 수 있는 티켓 예매 발권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20억 원을 달라고 했다.

지난 2007년 첫 시범사업 때만 해도 정부 지원금은 10억 원뿐이었다. 4년 새 30배로 커졌다. 정부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과장은 "로봇산업이 갈수록 여러 분야별로 커지고 있다"며 "의료 산업은 범용 적으로 퍼지고 있는데 그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빨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선 산업 생태계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기관과 중소기업 위주로 돼 있는 로봇 산업이 대기업을 비롯해 모든 산업 주체들이 어울리는 복합체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250개 기업이 로봇 협회에 가입한 상태인데 이를 전략적으로 묶는 벨트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여가면서 서로 비전을 공유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또 상용화를 위한 시장 형성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용 로봇 한 대 가격이 50억 원인데 누가 이것을 선뜻 개발하겠냐"며 "시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당면 과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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