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표 '반도체 2.0' 대책 나온다"

"최중경표 '반도체 2.0' 대책 나온다"

정진우 기자
2011.02.16 11:41

[정진우의 정책테마 인터뷰]①문신학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편집자주] '탄소저감에너지, 나노융합, 글로벌 헬스케어...' 정부가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로 내세운 신성장 동력 산업들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테마를 형성하면서 큰 화제가 되곤 하죠. 그런데 여전히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산업이지" "개발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지"라고 궁금해 하시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신성장 동력 산업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담당 국과장을 만나 투자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확 풀어드리겠습니다.

# "대한민국은 여전히 반도체 수입국입니다.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한 말이다. 취임 5일 만에 첫 간담회를 반도체 업계와 가진 자리에서다. 이날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일 일반 사람들이 최 장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등(2010년 기준 점유율 50.1%)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인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 오는 6월 발표될 대책을 마련중인 TF 구성도.(자료: 지식경제부)
↑ 오는 6월 발표될 대책을 마련중인 TF 구성도.(자료: 지식경제부)

반도체 산업 내부를 들여다보자 그의 말이 쉽게 이해됐다. 반도체 분야는 크게 저장·기억을 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와 논리·연산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밖에 안 된다. 메모리와 시스템을 합해도 세계에서 13%(세계 3위) 정도로 뒤쳐진다. 그동안 우리에게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뿐이었다. 세계 시장은 이미 시스템 반도체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는데도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고 지경부에 온 최 장관이 처음부터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시스템 반도체를 키워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문신학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 문신학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최중경 장관은 시쳇말로 '시스템 반도체'에 꽂혔다. 당연히 해당 부서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무부서 과장인 문신학(44) 지경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역시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다.

오는 6월에 나올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반도체 종합대책(SS프로젝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문신학 과장을 지난 11일 만났다. 그가 몇 차례 약속을 미룬 터라 만나자마자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물었다. 문 과장은 "SoC 정책 때문에 바쁘다"고 웃으며 답했다.

반도체에 무슨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이 필요하냐는 기자의 퉁명스러운 질문에 문 과장은 미소 띤 얼굴로 "SoC는 시스템 온 어 칩(System on a chip)을 의미하는데, 보통 시스템 반도체를 말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SOC와 헷갈려한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 출입 한 달째인 기자는 멋쩍은 웃음만 보였다.

문 과장은 "우리가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메모리 반도체를 이야기 하는데, 사실 요즘은 시스템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며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제품 등 시스템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보니 시장 자체도 커졌고, 우리 정부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oC는 연산과 기억, 데이터 전환 등 반도체 주요 소자가 하나의 칩에 구현된다.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 디지털신호처리칩(DSP),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이 하나의 반도체에 통합된다. 칩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여러 기능의 반도체가 하나의 칩에 합쳐지면 공간이 크게 줄어든다. 시스템 몸집도 축소돼 각종 전자 시스템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제조비용도 그만큼 저렴해지고 전체 시스템 가격도 낮아진다. 시스템 반도체는 결국 고성능·저비용·소형화로 집약되는 기술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이 분야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경부 R&D전략기획단이 '미래산업 선도기술'의 하나로 선정했고, 올해 초 미래기획위원회에서도 대통령한테 보고한 분야다.

↑ 최중경 장관(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분당소재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티엘아이를 방문,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지식경제부)
↑ 최중경 장관(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분당소재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티엘아이를 방문,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지식경제부)

문 과장은 "SoC분야를 키우려면 우선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며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수입액이 186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반도체 장비와 재료 수입이 98억 달러로 절반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수출 규모가 161억 달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최 장관 말대로 한국은 반도체 수입국인 셈이다.

인력도 문제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우수 인력확보가 시급하다. 문 과장은 "시스템 반도체는 생산설비가 없어도 기술력을 토대로 설계를 주로 하는 팹리스 업체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 부문이 너무 취약 하다"며 "2015년까지 매년 400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공급 능력은 2000명에 불과 하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회사는 미국의 퀄컴과 같이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기업과 동부하이텍처럼 생산만 해서 공급하는 파운드리(Foundry)기업 그리고 이들 모든 기능을 갖춘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반도체회사(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로 구분된다.

정부는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많은 팹리스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과 부합되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엔 120여 개 팹리스 기업이 있지만 전체 매출액은 퀄컴의 20%(2010년 기준) 수준이다.

팹리스 업계의 열악한 현실은 SoC 산업의 유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 결국 기술력이 있는 팹리스 업체가 부족할 경우 자칫 해외에 의지해야 하는 탓에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2015년까지 1조7000억 원을 투입, 현재 30%대인 국산화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대책을 지난해(2010년 2월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 전략', 9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팹리스 중견기업 30개사를 집중 육성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력 1만 명 양성을 통해 현재 3%대인 SoC 시장점유율을 1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 과장은 이 대책이 '버전 1.0'이라면, 6월에 나오는 게 '버전 2.0'이라고 소개했다. 최중경표 반도체 전략이 구체화되는 셈이다. 여기엔 소프트웨어(Sw)와 시스템 반도체 융합이 핵심 전략으로 담긴다. Sw와 SoC 사이에 △자동차 △모바일 △스마트가전 △에너지 등 4개 분야가 들어가 개발 계획이 수립된다.

또 글로벌 시장, 틈새시장, 수입대체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 해 공략한다. 아울러 기술 수준별로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 3월 마지막 주에 총괄 워크숍이 열리고 분과별 보고(4월21일)가 이뤄지면 실무 작업반이 5월 중 초안을 완성해 6월 최종안을 발표한다.

문 과장은 "아직 자세히 말 할 수 없지만, 시스템 반도체 종합대책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고등학생들이 의사가 돼야 성공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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