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속 제왕을 향한 충고

우물 속 제왕을 향한 충고

오동혁 기자
2011.05.30 11:23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5월25일(08:35)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에는 중소규모의 '그룹'을 보유한 오너들이 있다. 개인회사, 가족회사, 코스닥 상장사 등 여러 형태의 회사들을 모-자회사로 묶어 통제하고 있다.

여기서 오너는 '제왕'이다. 자신의 판단·결정이 곧 법이다. 그룹규모가 작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부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 주변에 사람이 적고 간언할 충신도 거의 없다.

그야말로 우물 속 제왕인 셈이다. 이런 조직에서 오너가 범하기 쉬운 큰 실수가 있다. 바로 개인·가족회사와 더불어 상장사 마저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것이다.

사실 상장사를 자신의 회사로 여겨도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사이익과 개인이익은 분명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부도덕한 그룹의 오너들은 상장사를 이용해 개인의 실익을 챙기기도 한다.

국내 중견 유통업체 A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스닥 상장 업체인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대표이사와 그의 가족회사인 B다. 이들의 지분율을 다 합쳐도 37%에 못미친다.

A는 지난해 B가 진행한 부동산 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주상복합건물 수익권 일부를 556억원에 매입했고, B에게 331억원의 단기대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같은해 A는 매입한 수익권을 다시 오너의 계열사인 C로 넘겼다. 매각규모는 403억원. 차액에 따른 손실은 A로 귀속됐다. C로의 매각대금 또한 분할지급 받기로 했다.

C는 주상복합건물 수익권을 담보로 대형 보험사로부터 수백억원을 차입했다. A에게 수익권 매입대금을 치르기 위해서다. 여기에 지급보증을 선 회사는 다름 아닌 A였다.

결과적으로 A는 오너 개인회사의 사업·재무적 리스크를 분담했다고 볼수 있다. 이자비용 및 지급보증에 대한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재무구조 악화에 결정타였다.

이런 경우를 두고 '그룹'으로서의 시너지가 난다고 할수 있을까. 적어도 A 입장에선 아닐 것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관계사들을 위해 희생된 것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

상장사는 개인회사가 아니다.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도 그런데 하물며 그 이하는 말할 것도 없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규모에 상관없이 그룹은 그룹이다. 여기에 상장사가 포함됐다면 그룹 내 '자금거래'는 더욱 투명해야 한다. 오너는 신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결과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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