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담배값 '기습인상'의 교훈

[기자수첩]담배값 '기습인상'의 교훈

김정태 기자
2011.06.02 07:35

우스운 상황이 돼 버렸다. 담뱃값을 200원 '기습 인상'한지 한 달여 만에 담뱃값 환원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BAT코리아의 처지가 그렇다.

BAT코리아는 원재료비·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 4월 28일 '던힐'과 '켄트' 등의 담뱃값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다. 순익 100% 해외배당, 국산 담뱃잎 사용 약속 미이행, 사회공헌활동 미미 등의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꿋꿋이 버텨온 BAT가 크게 흔들린 것은 '판매 급감'이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가 담뱃값을 인상한 이후(5월 9일~15일)의 판매량은 인상 전(4월11~17일)보다 28.1%나 급감했다. 뒤따라 마일드세븐 등을 인상한 JTI코리아 역시 판매량이 18.6% 감소했다.

담배판매 단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소비자의 외면현상이 나타났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는 BAT코리아와 JTI 담배 소비자들의 각각 31.2%, 25.7%가 가격을 올리지 않은 담배 회사 제품으로 바꿨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BAT코리아가 담뱃값을 다시 내릴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이에대해 BAT 측은 "경쟁 업체가 흘리는 교란술"이라며 펄쩍 뛰었다. BAT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담뱃값 인상을 결정한 만큼, 현재로선 인상된 담뱃값을 환원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BAT코리아 측의 해명과 달리 담뱃값 환원 여부를 놓고 지난달 30일 영국 본사까지 참여한 긴급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라톤회의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좀 더 판매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BAT는 가격인상 이후 나타날 '판매급감'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BAT 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판매급감이 단기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란 예상을 했거나 다른 담배회사들이 가격인상에 동조할 것이란 계산을 깔고 갔을지도 모른다.

BAT는 담뱃값 인상 유지냐, 원상 회복이냐 사이에서 어느 쪽이 수익악화를 덜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가격인상 때문에 판매가 급감했다고 생각하면 소비자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우선 담배가격 수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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