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입차 FTA 효과 '실종'

[기자수첩]수입차 FTA 효과 '실종'

최인웅 기자
2011.07.08 10:22

"관세는 2.4%포인트 내렸는데 차 값은 왜 똑같이 100만원만 내렸나요"

한 독자가 이메일을 통해 물어온 내용이다. 7월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면서 유럽산 자동차 가격이 일제히 내렸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직접 한 번 확인해 보니 독자의 궁금증이 쉽게 이해됐다. 수입차의 대부분은 1500cc 이상이어서 FTA 발효 첫 해에는 관세가 8%에서 5.6%로 2.4% 포인트 낮아진다. 수입원가가 5000만원이라면 최대 12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유럽 브랜드들은 모델별로 평균 1.3~1.4%(소비자가 기준) 정도만 가격을 낮췄다. 금액으로는 65만~70만원 정도다. 엄밀히 따진다면 수입원가가 낮아지면 수입원가에 일정 비율로 부가되는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등 각종 세금도 덩달아 내려간다. 실제 차 값을 낮출 수 있는 여지는 관세 인하 폭보다 더 커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들은 모델별로 생산하는 국가가 다르고 이에 따른 운송비용이나 유통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마진율과 세부비용을 별도로 뽑아내기 어렵고 '기밀사항'이라며 수입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FTA가 발효되면서 수입차업체들의 이윤이 더 커질 것이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셈이다.

또 한 가지 의문은 경쟁모델의 가격 인하 폭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원가가 다르고 세부비용도 다르다는데 가격 인하 폭이 똑같은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격 담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치 보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BMW '528(6890만원)'과 벤츠 'E300 아방가르드(6970만원)', 아우디 'A6 3.0TFSi(7140만원) 등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100만원씩 인하했다. 다른 차급의 가격 인하폭도 브랜드별로 동일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딜러별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비공식적인 할인이 관행처럼 돼 있다. 대부분 딜러별 할인금액은 관세 인하폭보다 훨씬 큰 상황이다.

올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10만대 시대에 어울리는 투명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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