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더블딥 우려', 재계 '시계 제로'

'美 신용등급 강등+더블딥 우려', 재계 '시계 제로'

이상배 기자, 안정준, 유현정
2011.08.08 14:41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에 따른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국내 대기업들의 수익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자금이탈로 원/달러 환율 급등, 원자재값 하락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하락, 원자재값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그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극심한 수요 부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산업계가 '시계(視界) 제로(0)'의 상황에 빠진 이유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1원 오른 1082.5원으로 장을 마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연간 6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철강 제품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원유를 대부분 수입해 쓰는 SK에너지 역시 최근 수출 비중 증가와 함께 환율의 영향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환율 상승 때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구조다.

반대로 대표적 수출업체인 삼성전자는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연간 30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현대차는 연간 800억원, 기아차는 5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수익성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환율을 예측하고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이들 업체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극심한 환율 급변동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1∼2년 뒤의 환율을 가정하고, 그에 맞춰 신차를 개발해야 하는 현대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만약 장기적으로 환율이 하락해 1000원을 밑돈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응조치를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하반기 기준 환율을 종전 1070원에서 1040원으로 30원 낮춰 잡았다. 상반기 기준 환율은 1090원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환헤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근 환율 변동폭이 커진데 대응해 환율 전망치 수정 주기를 단축키로 했다. 특히 SK에너지는 현재 사내에 외환 관련 전담조직을 두고 일일 보고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는 보고 횟수를 더욱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는 달러화로 매겨지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짐에 따라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원가 절감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원자재 수급상황이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이 내리더라도 그 폭은 10% 이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더블딥 우려와 관련, 국내 실물경제 점검에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한진현 무역투자실장을 반장으로 하는 '무역·투자동향 점검반'을 구성하고, 무역협회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자동차공업협회 정보통신산업진흥회 기계산업진흥회 석유화학협회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무역·투자 동향 점검회의'를 가졌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투자전략가)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더블딥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짐에 따라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짐을 뜻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미국으로부터 디커플링(탈동조화)된다면 향후 원자재 가격은 강세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이는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의 혼돈 상황이 수급되고 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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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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