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장인어른에게 열등감(?) 느낀 이유

[광화문]장인어른에게 열등감(?) 느낀 이유

박창욱 생활경제부장
2011.09.16 05:01

이번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늘 그렇듯 시골 처가에 내려갔다. 급한 회사 일로 못 온 막내 처남을 제외한 5남매와 사위,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이 모두 모였다. 마당에 자리를 깔고 한 켠에 숯불을 피워 장어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모두 18명의 대식구가 한 집에 모이니 정말 시끌벅적했다.

그런 모습 속에서 장인 어른과 장모님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 같은 남자로서 장인 어른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자식을 다섯이나 낳아 대학 공부를 시켰고, 시집 장가도 다 보냈으니 말이다. 40대인 필자로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다. 필자는 둘째 볼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고, 하나 있는 자식도 앞으로 교육시킬 궁리를 하면 두려운 마음부터 앞선다.

70대인 장인 어른은 평범한 농부다. 평생 농사만 묵묵하게 지으셨다. 학력도 높지 않다. 반면 필자는 대학도 나오고 장인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럴듯한(?) 직업을 가졌다. 요새 말로 '가장으로서 스펙'은 필자가 더 나은데도, 자식 낳아 기르는 문제에선 장인 어른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세상이 달라진 거지 당신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라는 나름의 위로가 돌아온다. 집 값과 물가는 감당 못할 정도로 치솟았고 대학 등록금 등 교육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니.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해보면, 예전 장인 어른이 처가 형제들을 한참 키우실 때도 살기 힘든 건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경쟁은 지금보단 덜 치열했을지 몰라도 국민소득은 훨씬 적었다. 그래도 예전엔 다들 웬만하면 아이 둘 셋은 낳아 키웠는데 지금은 평균 하나밖에 낳지 않는다.

세상 살이가 힘든 건 이래저래 따져보면 결국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자식 낳아 키우는 문제는 이토록 달라진 걸까. 과거와 달리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인 어른이 자식을 키우던 70, 80년대엔 누구에게나 '열심히 하면 살이가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미래가 좋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으니, 당장은 힘들더라도 자식 낳을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엔 언젠가부터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양극화, 고용불안, 고령화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작용한 탓이다. 특히 중산층 이하 사람들은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나마 낙오되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야 하는 현실이다. 자식 낳는 게 부담스러워 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감소한다는 건 반대로 그 사회의 미래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열풍이 거세다. 그를 대선후보로까지 거론하는 성급한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필자가 보기엔 아주 단순하다. 안 원장은 바르고 착하게 살았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기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런 이가 사람들의 고민을, 특히 암울한 현실 속에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열심히 듣고 공감했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진실되고 일관된 자세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에게 당장 뭘 어떻게 해달라고 기대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래서 안 원장 스스로도 "제게 보여준 기대는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리더십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 보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좌파도 좋고, 우파도 좋다. 진보도 좋고 보수도 좋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상관없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성실하게 하기만 하면, 자식 낳고 기르는 게 해결된다는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그런 믿음만 준다면 다가올 선거에서 나에게 허락된 한 표를 기꺼이 던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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