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입니다. 성공하지 않으면 인정받으며 살 수 없어요. 성공이란 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는 이런 남자가 많아요. 결혼을 앞둔 여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남자가 아파트 1채 없다면 결혼하기 힘듭니다."
얼마 전 중국 베이징시내 카페에서 만난 한 중국인 창업가의 말이다. 기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창업열기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이 말하는 "세상을 바꾸자"(Change the world)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창업가들만의 꿈과 이상을 들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만난 창업가들이 말한 중국 '창업열기'의 근원은 '꿈과 이상'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놀랐던 것 가운데 하나가 넘쳐나는 고급 외제차였다. 그것도 최고급 모델들이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연상시키는 로고 때문에 중국인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아우디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A6'보다 상위모델인 'A8'이 더 많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라인업 'S클래스'는 한국에서 '그랜저' 찾기보다 쉬웠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4300달러. 우리나라의 5분의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처럼 외제차가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베이징, 상하이 도심의 집값은 서울과 견줘도 낮지 않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 한국인 기업가는 "중국에서 고급 아파트를 살 정도의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든지, 공무원을 하면서 뒷돈을 받든지 해야 한다"며 "공무원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창업이 당당하게 결혼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시장 등을 중심으로 '제2의 벤처열풍'이 불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벤처열풍의 이면은 중국과 많이 다를까. "선생님이 되면 초봉이 140만원인데,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고 살았을 때 89세에는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라는 '개그콘서트 사마귀유치원'의 우스갯소리가 우습지만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