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안정·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점(종합)

이건희 회장 "안정·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점(종합)

배성민 기자, 서명훈, 강경래
2011.12.07 17:51

[삼성인사]파격인사 없이 '변화' 통한 조직활력에 중점… '글로벌 야전사령관' 발탁

이건희삼성전자(205,000원 ▲11,100 +5.72%)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파격보다는 조직 안정을 선택했다. 특히 글로벌 감각과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을 대거 전진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조직 안정’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꺼내든 셈이다.

삼성그룹은 7일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류션(DS) 총괄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비롯해 사장 승진 6명, 이동·업무 변경 9명 등 총 17명 규모의 201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부회장 승진 규모는 같고 사장 승진자는 3명 적었다. 전보는 2명이 더 많다.

하지만 삼성은 올 들어 지난 수시 인사를 통해 김철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장(부사장)을 삼성테크윈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성인희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삼성정밀화학 사장으로, 정유성 삼성전자 부사장을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또 삼성생명을 총괄했던 이수창 사장의 역할을 지난 6월 박근희 사장이 맡으면서 CEO의 변동이 있었고,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겸 의료선진화추진단장으로 옮기는 등 수시인사가 단행돼 인사규모는 사실상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 파격보다는 안정, 대폭 물갈이 없었다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아무런 보직을 받지 못한 최고경영자(CEO)는 3명에 불과하다. 박오규 삼성BP화학 대표이사와 황백 제일모직 대표이사, 최주현 에버랜드 대표이사는 이번에 물러나게 됐다. 삼성의 주요계열사 사장단이 약 50명인 걸 감안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수시인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왔기 때문에 인사수요가 많지 않았다”며 “내년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파격 인사를 통해 조직에 충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CEO들은 자리를 상당부분 바꿨다. 충격을 주는 것은 안되지만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변화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과 김석 삼성자산운용사장은 서로 자리를 맞바꿨고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은 제일모직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과 서준희 에스원 사장도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는 재임기간이 긴 인사들을 이동시키는 수준이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힌다”며 “올 중반에 수시 인사로 수장이 바뀐 회사들을 포함하더라도 인사 폭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위기 해법, 해외서 찾는다

이번 삼성 인사에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글로벌 감각을 지닌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점이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오현 사장과 정연주 사장이나 사장으로 승진한 이철환 삼성전자 부사장과 최치준 삼성전기 부사장 등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권 부회장 내정자는 2008년 반도체 총괄사장을 맡은 이후 D램에 이어 낸드 플래시까지 세계 1위 위상을 확고히 했고 시스템 LSI 사업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정 부회장 내정자는 직전에 근무했던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높은 해외성과를 올렸고 삼성물산으로 옮겨서도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단순 시공위주이던 삼성물산 사업구조를 바꿔 놨다.

이철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내정자는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진두지휘했고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내정자는 MLCC(다층세라믹콘덴서)와 LCR(전자소자) 사업을 글로벌 선두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김재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옮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사장은 제일기획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고 스포츠 외교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화재 김창수 사장 내정자는 30여년 가까운 삼성 경력의 대부분을 물산에서 보내며 수출 확대 등을 이끈 해외통이다. 그는 삼성물산의 기계플랜트본부장(전무)을 맡은 후 카자흐스탄, 멕시코, 호주 등 신시장에서 발전소, 담수화사업 등 신사업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플랜트 수출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 김석 사장 내정자도 체이스맨해튼 은행 등 글로벌 IB은행에 입사해 아시아 지역 책임자를 맡는 등 그룹 내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꼽힌다. 홍콩 해외법인 투자 등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글로벌 IB사업을 김석 사장이 더욱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계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들도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라는 이건희 회장의 신호로 해석한다. 초기 투자가 따르더라도 금융업에서도 제2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는 의지가 확인됐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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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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