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 정유업계가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가 현실화될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격이 싼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게 되면 최근 잠잠해진 기름값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대비한 대체거래 확보 등 컨텐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와 미국의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산 원유 전면수입금지, 혹은 감축안이 확정될 경우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산 비중이 높은SK에너지(115,500원 ▲1,000 +0.87%)나 현대오일뱅크 등은 당장 원유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 큰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란에서 튄 불똥이 다른 유종가격의 도미노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은 대이란 제재수위에 따라 가격과 수급에 미치는 여파가 다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한 목소를 낸다. 수급에 따른 가격변동이 크고, 유종별 가격간 상관관계도 높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국내 소비자 가격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한 때 리터(ℓ)당 1993원을 넘었던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주유소 기준)은 현재는 1950원대로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수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20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정유사들의 시각이다.
이란산 원유수입이 어려워지면 원유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다. 정유사들이 늘어난 이란산 원유에 맞춰 구성한 설비운영이 차질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늘어난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란산 중질유는 국내 정유사들이 도입한 고도화설비에 특화된 유종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이란산 중질유 평균가격(현물기준)은 배럴당 81.11달러로 두바이산(82.01달러)보다 0.9달러 가격이 낮은데 불과했으나, 정작 생산효율 분석에 들어가면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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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관계자는 "원유마다 뽑아내거나 만들 수 있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의 비율이 다르다"며 "이란산 중질유는 원가대비 고가제품 산출비율이 높아 최종제품으로 가면 가격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말했다.
중질유 정제에 최적화한 고도화 설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은 30.8%에 달하고, 현재 28.3%인GS(62,800원 ▼4,400 -6.55%)칼텍스는 내년 설비확충을 통해 35.3%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