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현장점검] 계절적 비수기에 호주·브라질 돌발악재 겹쳐
"연말·연초가 계절적 비수기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건화물운임지수(BDI) 1000이 깨질 줄은 몰랐다."

BDI가 지난 17일 974로 마감, 2009년 1월 이후 3년 만에 1000선이 붕괴되자 국내 해운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연초 1624로 시작한 BDI는 불과 보름여 만에 수직낙하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리먼사태 당시 600선까지 추락한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특히 BDI는 해운업 실적뿐 아니라 실물경제의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수로 간주돼 다른 업계의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유럽발 경기침체가 확산되고 이란 악재까지 겹친 유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수출현장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해외와 국내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행히 자동차나 전자 등 주력업종에서 예상범위를 벗어난 '이상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나 한국GM은 1월이 계절적 비수기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급감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다.
국내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전기·전자업종 역시 "아직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2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석, 경기전망에 대해 "다행히 지난해까지는 안좋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조금 좋아지기 시작했고 올해 초 전자제품의 경우 조금 나아진 것같다"고 답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지난해 업황이 크게 악화된 태양광 등은 아직 '한겨울'이다. 항공부문도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여파를 특히 걱정한다.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실어나른 화물의 하루평균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줄었다.
대한항공(25,200원 ▼400 -1.56%)관계자는 "미국 수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남유럽 위기로 인해 유럽으로 가는 물량이 특히 많이 줄었다"며 "이 추세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한동안 '시계(視界)비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해운업계를 긴장시킨 BDI 추락에는 여러 악재가 작용했는데 다른 산업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해운업계는 중국의 춘제 여파로 생산이 크게 줄고, 이로 인해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1월이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이미 했다.
그런데 호주와 브라질의 기상악화까지 겹쳤다. 호주는 사이클론 피해를 보면서 서호주항만이 폐쇄됐고 브라질은 남부지역의 폭우로 철광석 생산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선사들의 화물 확보 경쟁이 치열해져 운임의 낙폭이 커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급과잉도 문제다.STX팬오션(5,730원 ▲50 +0.88%)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으로 8000만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새 벌크선이 쏟아진다. 3000만DWT에 해당하는 노후선이 폐선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순수하게 증가하는 선박은 5000만DWT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순증분 2420만DWT의 2배가 넘으며 현존하는 벌크선 6억400만DWT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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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해 벌크화물 운송수요 증가율은 7%대에 머물러 선박 증가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벌크선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위주인 해운사도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다.
컨테이너 운임지수인 CCFI는 지난 13일 920을 기록하며 1000선 밑에서 움직인다. CCFI는 지난해 초 1200선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이로 인해한진해운,현대상선(20,850원 ▼250 -1.18%)등 대형선사들은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통상 벌크선사는 BDI가 2000 이상 돼야 수익이 남는 구조여서 현 지수 수준에선 운항을 하면 할수록 역마진이 커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가마저 급등해 이달 11일 선박유인 벙커C유 가격이 톤당 740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해운업계 원재료비의 30%를 유류비가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해운업계는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기업의 수출 증가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올 1분기 내에 한·미 FTA가 발효돼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해 전체적으로 가전수출이 줄었는데 2분기부터는 가전을 비롯해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의 물량이 지난해 대비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은 아직 희망과 걱정, 기회와 위험을 넘나드는 1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