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KT의 스마트TV 접속차단과 기술진화

[광화문]KT의 스마트TV 접속차단과 기술진화

오동희 기자
2012.02.10 05:30

통신망 사업자인 KT가 초고속인터넷망의 과부하를 이유로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TV의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TV 사업자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스마트TV 동영상이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시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어 인터넷 가입자망 무단사용(공유기를 이용한 가정 내 중복 접속)이 확대된다면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도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로 망에 과부하를 주는 스마트TV의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진화 과정에서 사업자간 갈등은 항상 있어왔고, 이는 수혜자 부담 원칙을 통해 정리돼 왔다.

망을 팔아서 수익을 얻는 망사업자인 KT나 SK텔레콤은 그 망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정보화의 고속도로라고 불렸던 초고속 인터넷망은 사회의 기본 인프라인 고속도로와 유사하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정부나 도로공사 등이 내고 도로공사는 그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통화료를 징수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도로공사가 통행료를 물릴지는 않는다. 대형차를 모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통행료를, 소형차 운전자에게는 할인된 통행료를 받는다. 또 운전자가 차를 구입하면 도로교통 분담금을 낸다. 수혜자 부담 원칙 때문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차량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고속도로는 더 진화한다. 교통체증의 부담을 자동차 회사에 물린다면 자동차 회사는 당연히 그 비용을 차량 값에 얹게 되고,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형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통행료 일부를 전가 받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KT가 해야 할 일은 대용량 데이터 사용자를 막을 것이 아니라 사용량에 따른 데이터 이용료를 물리는 게 우선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의 문제다.

또 KT가 지적했듯이 인터넷 가입자가 공유기를 이용해 다른 정보기기를 연결하는 것이 불법이라면,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단속하는 일이 자신들의 역할이다.

문제는 KT가 통행료를 올리거나 공유기 사용자를 단속할 경우 수많은 가입자들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우려해 소수의 TV 사업자에게 공동책임을 지자고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다.

KT의 접속차단 발표 이후 또 한 가지 주의 깊게 볼 점은 80~90% 제품을 수출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전세계 통신사업자들로부터 KT와 동일한 조건을 요구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해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데이터 요금 정책의 수립과 기술진화를 선도하는 길밖에 없다.

데이터 과부하와 관련해 KT가 해야 할 일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망을 고도화하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그 수혜자에게 정당한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일이다. 시장원리대로 하되 수혜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혁신의 노력도 필요하다.

기술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성공사례를 보자. 지금은 세상을 바꾼 '반도체'라는 물건이 처음 개발된 곳은 1877년 알렉산더 그레함 벨이 설립한 전화회사 AT&T의 중앙연구소인 벨랩(Bell Lab)이었다.

당시 전화 가입자가 늘어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전화교환원이 증가하면서 인건비 증가에 부담을 느낀 AT&T는 교환원을 대신할 진공관 교환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전력소비 증가와 발열문제, 잦은 고장을 일으키자 기술혁신을 위한 별동대를 구성했다.

이 별동대인 반도체응용연구팀의 리더인 쇼클리, 이론가인 바딘, 실험전담의 브래튼이 2년여의 연구 끝에 1947년 세계 첫 반도체인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늘어난 트래픽을 원활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생산성의 혁신과 함께 산업화 사회를 정보화 사회로 바꾸는 마법의 열쇠가 됐다. KT가 새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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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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