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회적 기업'택한 정신과 의사

[기자수첩]'사회적 기업'택한 정신과 의사

류지민 기자
2012.05.29 19:23

지난 23일 서울 을지로 SKT 타워 수펙스홀은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든 대학생 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좌석수를 훌쩍 넘는 뜨거운 관심이었다.

이날 세미나의 꽃은 '적정기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폴 폴락(Paul Polak) 국제개발기업 대표의 강연이었다. 적정기술은 과학기술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에게 삶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생소한 용어였던 '사회적기업'이 이제는 적정기술과의 접목을 논의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국내에 사회적기업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채 5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괄목할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기업은 우리 사회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50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644개로 4년 동안 13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 과정에서 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양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 지난 3월 SK는 매출 1200억원 규모의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로 전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다. 그동안 국내 사회적기업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인증된 사회적기업에는 인건비 및 사업주부담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법인세·소득세 50% 감면 등 세제지원, 시설비 등 융자지원, 전문 컨설팅 기관을 통한 경영·세무·노무 등 경영지원의 혜택이 제공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국내 사회적 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은 10억원, 유급 근로자 수는 24명에 불과하다. 또 사회적기업 중에는 정부지원을 노리고 설립했다가 지원이 끝나는 3년 후 문을 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업 육성책을 마련해야할 시점이 된 것이다.

폴 대표는 적정기술 보급 사업에 뛰어들기 전 정신과 의사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 그 어떤 정신과 치료보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하고 있어 부의 쏠림현상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사회적기업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 문제의 치유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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