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승자 없는 장외 난투극

삼성과 LG, 승자 없는 장외 난투극

이창명 기자
2012.07.18 08:21

[기자수첩]

1년 남짓 기자생활을 한 기자 초년병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 삼성과 LG를 취재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두 그룹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유출을 놓고 벌이고 있는 법적분쟁과 장외 싸움은 흥분보다는 실망을 앞서게 한다.

지난 16일 오전. 삼성디스플레이가 갑작스럽게 출입기자들을 '소집'했다.

LG디스플레이가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며 관련자 처벌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실무진들의 문제가 아니라 배후에는 LG 경영진들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날 선 발표문이 배포됐다.

조금 지나자 LG디스플레이도 오후 1시30분 긴급히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날렸다. 검찰의 기소 대상이 된 '피의자' 입장이긴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을 반박하는 LG의 반격에도 날이 섰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유죄인 것처럼 흘리고 있다는 반박이었다.

LG가 삼성을 향해 던진 반박에도 '흠집내기' '언론플레이'같은 감정 섞인 단어들로 가득 찼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수사기관과 언론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 바로 '경쟁사의 힘'"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의 반박으로 끝나는가 싶던 '난타전'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다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측의 의견이 허구라는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이날 하루, 이쪽 저쪽 오가며 두 회사의 입장을 받아 적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전자 업계를 출입한지 한달도 채 안 돼 처음으로 접한 삼성 대 LG의 '일합'은 그렇게 일단 마무리됐지만, 한국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이자 글로벌 시장을 좌우하는 두 기업의 대응을 바라보는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같은 시장 내에서 선두를 다투는 기업끼리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이번 사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법정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장외에서 '누구 목소리가 더 크나'를 겨뤄서 남는게 무엇일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감정적 용어가 오가는 원색적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그룹 이미지 전반에도 흠이 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과 LG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흠집이 조금 덜 났다고 해서 승자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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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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