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 "사람 키우듯 나무 심는다"...40년 조림 현장

[르포]SK "사람 키우듯 나무 심는다"...40년 조림 현장

류지민 기자
2012.11.05 14:36

인재육성 재원 마련 목적으로 조림사업 시작···탄소배출권·신재생에너지 등 사업확대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박계희 여사 내외가 1977년 3월 천안 광덕산에 심은 호두나무 묘목이 지름 30센치 이상의 아름드리 나무로 자랐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박계희 여사 내외가 1977년 3월 천안 광덕산에 심은 호두나무 묘목이 지름 30센치 이상의 아름드리 나무로 자랐다.

천안 광덕산에 위치한 SK임업 천안사업소에서 비포장도로를 타고 약 3㎞를 달리면 산비탈 양쪽으로 빼곡히 심어져 있는 호두나무숲이 나온다. SK가 40년째 관리해오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호두나무숲이다.

지난 3일 SK임업 창업 40주년을 맞아 광덕산 호두나무숲을 찾았다. 수확철이 2달여 가까이 지나 호두는 다 떨어지고 없었지만 솎아내기를 통해 7~8미터의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주기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180㏊에 달하는 이곳 호두나무숲에서는 연간 10톤 내외의 최고급 호두가 매년 생산되고 있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77년 3월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당시 민둥산이던 광덕산에 심은 길이 30㎝ 짜리 묘목이 이제는 지름 30㎝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매년 가을 풍성한 결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최 선대회장은 1972년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SK임업(옛 서해개발)을 설립하고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인재와 나무의 성장 사이클이 약 30년으로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조림사업으로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재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최 선대회장이 생전에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SK임업의 탄생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직접 화장을 실천하고 화장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를 남길 정도로 우리나라 산림이 묘지로 뒤덮여 황폐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조림사업 초기 회사 경영진이 "돈이 되는 서울 주변 임야에 조림을 하자"고 건의하자 "조림이 아니라 땅 장사를 하려느냐"며 단칼에 물리쳤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최 선대회장은 대신 충북 영동과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등 산골 오지의 임야만 골라 사들여 나무를 심었다.

↑1975년 SK임업 천안사업소 모습.
↑1975년 SK임업 천안사업소 모습.
↑2004년 SK임업 천안사업소 모습.
↑2004년 SK임업 천안사업소 모습.

현재 SK임업이 전국에 보유한 조림지는 4100여ha(약 1200만평)다. 남산 13개 또는 여의도의 5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들 임야에는 팔만대장경에도 쓰인 고급 수종인 자작나무를 비롯해 조림수 40여종, 조경수 80여종 등 38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10년 산림녹화에 기여한 공로로 최 선대회장을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했다. '숲의 명예전당' 헌정은 산림청이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꾸는 등 국토녹화에 크게 공헌한 인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기업인 중에는 최 선대회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SK임업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호두나 자작나무의 부산물 등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단위 산림복합경영단지사업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수령이 오래돼 수확량이 떨어지는 호두나무숲은 계단식으로 바꿔나가고 있고 천안 광덕산에는 호두 테마파크 조성도 추진 중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지난 6월 SK건설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인수한 것도 '산림보국'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 선대회장이 1974년 장학사업을 위해 사재를 들여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등 '인재보국 산림보국'의 유지를 이어받아 조림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SK임업은 국내 유일의 복합 임업기업에서 탄소배출권 조림사업,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공급 등 환경을 보전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형 기업으로 발전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해외 산림자원 개발까지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SK임업은 지난 1월부터 강원도 고성의 산림청 국유림에서 탄소배출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 9월에는 국내 최초로 농림수산식품부 인증을 받았다. 탄소배출권 시범사업은 신규조림 또는 재조림을 통해 심은 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온실가스(탄소) 절감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 SK임업은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탄소배출권 시범사업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UN 등록이 완료되면 조림사업을 통해 국제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을 보유하는 국내 1호 기업이 된다.

SK임업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우드펠릿(목재 부산물 등으로 생산하는 청정연료) 공장을 전남 화순에 건립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축적한 조림사업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과 함께 캄보디아 씨엠립 산림 황폐지 복구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임업은 지난 40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숲을 가꾸며 친환경 복합 임업기업으로 도약해왔다"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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