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장님도 말 못하는 이야기

[기자수첩]회장님도 말 못하는 이야기

정지은 기자
2013.01.02 18:40

"회장님, 올해 출범하는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뭔가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선 쉽게 대답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단호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북경발언'과 지난해 MB 정부의 경제성적표 관련 발언이 와전되면서 홍역을 치른 탓인지 정치권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이는 비단 삼성의 사례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뽑혔을 때 각종 단체나 기관에선 잇따라 논평을 냈지만 대기업들은 침묵을 지켰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도 "기업 차원에서 정부관련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야 할 말이 있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의 입을 통해서만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정부에 대해 말을 아끼면 경제 위기 극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경제 현장의 이야기가 직접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방안은 '미봉책'이 나올 위험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긴장감'이 작용한 탓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이 당선 직후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 등을 주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물론 기존 대기업 위주의 경제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 문제는 아니다. 다만 대기업이 정부와 소통할 기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등 모든 기업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후환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아무리 대화를 시도해도 기업들의 속내는 알 수 없다.

이제는 새 정부가 기업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진짜' 경제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위기 해결에 나선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안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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