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소비자 인식에 변화...'전수 주행 테스트'로 물샐 틈 없는 품질관리
1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현대차 공장. 공장은 3교대제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품질을 점검하는 라인에는 조립을 마친 싱싱한 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대형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수치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미세한 틈새를 잡아 내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라인 뒷 벽면의 'Be The World's Best Plant!'(세계 최고의 공장이 되라!)라는 현수막 문구가 이들을 독려했다.

사실 현대자동차의 미주 진출 역사는 1989년부터 시작됐다. 이 해에 캐나다 몬트리올 인근 브루몽에 북미 생산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메이커의 첫 해외생산거점이었던 이 공장은 연산 12만5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나 2만5000대를 만드는 데 그쳤다. 그나마 품질과 서비스 면에서 모두 혹평을 받았고 4년만인 1993년에 가동을 중단했다.
북미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현대차는 브루몽의 악몽을 딛고 두 번째 도전을 시도했다. 그게 바로 2005년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다. 그리고 기아자동차가 2010년에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또 지었다.
현대기아차는 이 공장들이 과거의 오류를 답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
메이드 인 USA에 대한 맹목적 자부심이 있는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면 또 공장문을 닫고 쫓겨 나야 했고 이는 현대차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품질’을 강조했다. 당시로선 최첨단 설비와 기술을 모두 쏟아 부어 공장을 지었다.
이 두 공장에서 품질 높은 차량을 만들면서 미국 점유율이 10%에 근접하기에 이르렀다.
전병호 기아차조지아공장(KMMG) 이사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한 것은 현대·기아차 모델을 미국차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준 전환의 계기"라고 말했다.

물샐 틈 없는 품질관리…'전수 주행 테스트'
현대기아차가 단순히 현지에 공장을 만든 것만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생산과정 전반에 걸쳐 물 샐틈 없는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모두 총연장 약 4km의 주행시험장을 갖추고 있는데 갓 만들어진 엘란트라와 옵티마(국내명 K5)가 이곳에서 테스트된다.
정호인 현대차 북미법인 상무는 "생산된 차량들은 한 대도 빠지지 않고 주행시험을 거친다"며 "전수 주행 테스트를 하는 곳은 현대차 해외 공장 중 미국 공장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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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장 모두 지난해부터 새로운 품질 점검 기준을 적용해 생산 과정에서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하기 때문에 주행테스트를 거치지 못하는 차들도 있다.
즉 종전엔 최종 점검 라인만 통과하면 '생산합격' 판정을 내렸지만 230개의 개별 공정 마다 품질을 점검해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차를 주행시험장으로 보내지 않는다.
오성환 기아차조지아공장 생산관리팀장은 "생산 합격률이 2011년 95%를 넘었지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서 지난해 95%를 밑돌았다"고 말했다. 미국 공장의 95% 품질 통과율은 다른 공장의 100%와 다름없지만 현대기아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효율성 제고로 수익성 극대화=글로벌 자동차 공장 최고 수준의 효율성 역시 품질과 함께 현대·기아차 경쟁력의 핵심이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HP)는 각각 73, 68이다. 40 수준인 현대차 울산 공장보다 70%가 많다.
이 같은 효율성은 생산 시스템 개선과 주야 3교대 도입으로 가능해졌다. 특히 토요타의 JIT(Just In Time·적기 공급)를 보완한 RPCS(혁신적생산통제시스템)은 기아차 미국 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다.
오 팀장은 "공항 관재탑 시스템처럼 모든 부품이 적재적소에 최소한의 동선으로 투입되도록 만들어 재고 보관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와의 집적도도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85번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고속도로 인근에 '화신', '만도' 등 익숙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공장이 즐비하다. 현대차 27개, 기아차 29개의 협력업체가 이 사이에 포진해 앨라배마·조지아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최근 BMW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과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도 이를 벤치마킹해 현지에 '자동차 벨트'를 만들려 한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품질과 효율성에 근거한 현지 공장의 기반 위에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품질로도 인정받고 수익성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은 품질을 인정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북미시장 매출은 26조원, 13조원으로 현대차, 기아차 글로벌 전체 매출의 33%, 3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같은 해 현대차와 기아차 전체 글로벌 판매에서 북미시장 비중이 15%, 19%였다는 점에서 북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평균치를 넘었음을 쉽게 추산할 수 있다.
아직도 국내에서 차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었다면 도달할 수 없는 수준까지 현대기아차가 가 있다는 사실에서 현대기아차 북미공장의 존재이유는 더욱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