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해 48조원 투자, "세트보다 부품에 집중"

삼성 올해 48조원 투자, "세트보다 부품에 집중"

서명훈 기자
2013.03.21 08:13

中 반도체·LCD 공장 속도낼 듯… 공격적 M&A 행보 이어갈 전망

삼성이 올해 48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어느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처를 살펴보면 어떤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고 하는지 삼성의 전략을 읽을 수 있는데다 수혜를 입는 업종과 업체까지도 짐작해 볼 수 있어서다. 삼성이 예년과 달리 구체적인 투자규모나 투자처 등을 함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삼성의 투자 패턴을 분석해 보면 전체 투자금액의 65% 정도는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나머지 3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전체 투자규모가 줄어들면서 시설투자 비중이 50%대로 떨어진 때를 제외하면 투자 패턴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삼성은 시설투자에 31조~32조원, R&D에 16조~17조원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 중국 반도체 공장 가동 빨라지나

일단 삼성은 TV와 휴대폰 등 완제품(세트)보다는 부품 쪽에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기지 건설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공급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언급한 고려하면 중국 시안(西安)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라인에 우선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D램보다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는데다 전세계 반도체 2개 중 1개가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총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공장 건물 신축과 주변 인프라 조성 등에 23억달러(2조6000억원)가 초기 투자되고 단계적으로 47억달러(5조2000억원)가 추가될 예정이다.

투자가 앞당겨지면 제품 양산시기도 당초 2014년에서 올해 하반기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 발주 시기 등을 조절하면 가동시점을 2~3개월 정도 앞당길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신규라인 건설과 안정화 작업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늘어나는 시스템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오스틴 사업장을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경기도 화성에도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하지만 화성 생산라인은 현재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여서 미국 오스틴 공장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OLED·고화질 LCD 생산라인 전환 늘어날 듯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대가 개막한데다 고화질 LCD 패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아몰레드(AMOLED)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천안에 위치한 5.5세대 OLED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연내에 OLED TV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대형 OLED 패널 생산시설도 갖춰야 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디스플레이도 점차 고사양화되고 있다”며 “기존 생산라인을 고사양 LC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데 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쑤저우(蘇州)에 건설 중인 LCD 공장 건설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공장을 올해 초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올 하반기로 늦춘 상태다.

◇삼성, M&A 실탄 확보

삼성이 인수합병(M&A)에 얼마를 쏟아 부을지도 관심사다. 과거 삼성은 M&A보다는 직접 회사를 설립해 키우는 방식을 택했지만 지난해부터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클라우드 음악서비스 기업인 엠스팟을 시작으로 6월엔 스웨덴 무선칩셋 기업인 나노라디오를 사들였다. 7월 영국 CSR에 투자해 기기간 연결 기능인 커넥티비티 기술을 획득했고 8월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에 7억7900만유로를 투자했다. 또 12월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엔벨로의 지분을 인수했다.

올 들어서도 S펜을 개발한 일본 와콤사의 지분 5%를 53억엔(약 630억원)에 사들였고 미국 CT(컴퓨터 단층촬영) 전문 업체인 뉴로로지카(NeuroLogica)도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94년 이후 15년간 M&A에 단 3번 밖에 나서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지분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3조2000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하고 주요 사업부가 소규모 M&A에 나설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지분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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