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한국경제 키워드는 '모순'?

[우리가 보는 세상]한국경제 키워드는 '모순'?

서명훈 기자
2013.05.30 06:25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골목상권을 지켜내겠습니다.”

“대기업들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 주십시오.”

5년 마다 되풀이 되는 정치권의 재방송 시나리오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항상 ‘표’가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 방점이 찍힌다. 몇 달 후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투자와 일자리는 다시 대기업의 몫이 된다.

이 때쯤이면 ‘투자할 곳이 없다’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그동안 눈치만 살피던 재계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출범 100일을 앞둔 박근혜 정부에 국한된 장면은 아니다. 최근 십 수 년 간 보아온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6월 임시국회를 앞둔 지금이 절정이다.

더 씁쓸한 것은 이미 지겨워질 대로 지겨워진 이 재방송을 앞으로 당분간 더 봐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한 쪽만 놓고 보면 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을 겹쳐 놓으면 문제를 풀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기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산업이 단적인 예다. 삼성과 LG 등 상당수 기업들이 LED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망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LED조명 완제품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관수시장(조달시장, 지자체 물량, 공공기관 물량)에서 철수해야 했고 민수시장에서는 벌브형 LED 등 3개 품목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치 않는 부문은 중소기업이 하고 대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품목과 해외시장을 공략하면 된다는 일종의 타협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LED조명시장에서 필립스와 오스람,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외국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5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셈이다.

대기업들은 해외시장을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제품 품질이나 가격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시공실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못 믿을 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때문이었다. 글로벌 LED 조명시장 규모는 오는 2016년에 416억달러(약 46조80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지만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골목상권 침해 방지와 서비스업 육성도 비슷한 모순이 발생한다. 지난해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산업보호라는 '절대선'으로 인해 대기업의 커피 집과 빵집들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기업자재구매대행(MR0) 기업을 매각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3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요란함에 비해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해법에는 항상 서비스업 육성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제한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육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발견되니 중소기업이나 영세 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의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서비스업 육성 등도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 해법으로 내놓은 정책과 법안이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일자리 창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처럼 어느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문제는 덮어두는 식은 환자에게 진통제만 계속 투여하는 꼴이다. ‘해봤어’ 식의 밀어붙이기보다 최대한 모순점을 없애려는 노력이 창조경제의 핵심이 아닐까. 비록 더디고 힘들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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