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캐리어에어컨 R&D센터…300개 넘는 부품 만지며 '연구, 또 연구'

'기적을 창조하는 성공스토리를 만들자.'
서울 양평동 캐리어에어컨 기술연구소·서비스센터에 들어서자 이같은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만든 올해 캐리어에어컨의 비전 슬로건이다.
이곳에선 하루에도 수십 차례 냉동 및 공조산업 연구를 진행한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둔 요즘이야 말로 에어컨 업체들에겐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 그 중에서도 캐리어에어컨 연구소 직원들은 유난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연구소는 오텍 계열사인 캐리어에어컨과 캐리어냉장, 한국터치스크린 기술연구소를 통합한 연구개발(R&D) 센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연구소를 통합해 지난 2월 개관했다. R&D 시너지를 끌어 올려 성장 발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지상 6층에 지하 1층, 연면적 4853㎡(1468평) 규모인 연구소의 핵심은 지상 3~4층 연구실이다. 특히 4층 전장개발실에선 에어컨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핵심 요소기술인 '인버터' 연구에 한창이었다.
임승철 캐리어에어컨 기술연구소 전장개발팀장(이사)는 "요즘 에너지 기술의 중요 키워드는 에너지와 환경"이라며 "정속형 에어컨 대비 전력 소모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인버터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버터는 에어컨을 처음 틀었을 때 최대 속도로 모터를 구동시켜 희망온도까지 실내온도를 내린다. 이후 모터 속도를 줄여 실내온도가 희망온도가 벗어나지 않게끔 적절히 압축기를 움직인다. 작동과 멈춤을 반복하는 정속형 보다 냉각 효율도 좋고 절전 효과도 높다.
연구원들이 각종 회로들이 울퉁불퉁한 튀어나온 전자기판을 만지기 시작했다. 300개가 넘는 부품을 하나 둘 점검한다. 바로 압축기를 제어할 때 사용하는 인버터 드라이브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장애(EMI)를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EMI가 통신기기나 전력설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버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 시뮬레이터로 먼저 점검한 뒤 수작업으로 또 한 번 기술을 살핀다.
인버터에 대한 캐리어에어컨 연구원들의 애착은 대단했다. 2002년 국내 시장에 인버터 에어컨을 최초로 들여온 곳이 캐리어에어컨인 까닭이다. 임 이사는 "우리가 인버터를 선보인 이후 LG전자나 삼성전자도 인버터 에어컨으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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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설계실에선 에어컨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장부품을 연구하고 있었다. 오늘의 실험 과제는 소비 전력과 대기전력을 낮추기.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해 대기 상태에서 소비전력을 최소화시키는 것부터 연구했다. 최고 성능으로 운전할 때에도 기존 제품대비 적은 소비전력을 구현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곳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하던 일 모두 내려놓고 바로 식당에 가는 '미스 김'은 없다. 오히려 "오늘 필(feel) 받았다"며 밥 때도 놓치고 자발적으로 일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상규 캐리어에어컨 기술연구소 전장개발팀 연구원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일한다. 이 연구원은 "계속 연구개발에 매달리다 보면 힘들지만 새로운 것을 극복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철차용 에어컨에 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KTX 고속열차에 에어컨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철차용 에어컨 운전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이곳에선 KTX에서 운전자가 제어하는 장치를 시뮬레이터로 꾸며놓고 실시간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객실 냉방기나 히터가 켜지고 꺼지는 상태를 LED(발광다이오드)로 확인하며 꼼꼼히 기록한다.
객실 또는 철차에서 화재감지가 동작하면 자체적으로 환기모드로 전환해 위험한 가스를 배출하는 것도 철차용 에어컨 기기의 몫이다. 승객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는 생각에 더욱 까다롭게 점검한다.
대형 시설에 쓰이는 냉난방 공조시스템인 칠러(chiller)에 대한 점검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랜드마크 시설인 인천국제공항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설치된 칠러 역시 캐리어에어컨의 제품이다.
요즘은 칠러의 인버터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병준 캐리어에어컨 연구소장은 "가정용에어컨과 마찬가지로 칠러 역시 에너지와 환경이 시장의 요구 사항"이라며 "인버터 칠러를 통합 운영하며 에너지 절감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3층 기계연구실은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기는 실험실 10개로 꾸몄다. 제품별 에너지 효율을 측정한다. 3층에 마련된 회의실에선 수시로 전직원 회의를 진행한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 회의가 대부분이다.
유 연구소장에 따르면 에어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다. 에어컨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부품 역시 고차원으로 복잡해진다는 설명이다. 그 복잡성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다루느냐가 남은 과제다.
물론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은 일. 캐리어에어컨이 최근 더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광주에 위치한 생산 공장과 별개로 연구소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열심히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은 물론 기존 기술 향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두고 보세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혁신적인 제품을 낳을 겁니다."
연구소 직원들의 포부는 대단했다. 경쟁사에 비해 많은 인력은 아니지만 '일당백'의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 각자의 손으로 직접 회사를 발전시키고 끌어올리는 재미에 오늘도 이들은 쉴 새 없이 바람을 맞으며 연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