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 "구글 뺨치는 창의적 공간"

"미국에서 잘 팔리던 냉장고가 이상하게 유럽에만 오면 맥을 못 춥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의 니즈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냉장고 내부에 칸막이가 없는 형태를 좋아하는 반면 유럽 소비자들은 칸칸이 나눠져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만난 이윤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의 말이다. 소비자들의 생활문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LRL(Lifestyle Research Lab)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
지난 3일 방문한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는 런던의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디자인 연구조직은 물론 LRL과 미래 상품을 기획하는 PIT(Project Innovation Team) 조직도 함께 쓰고 있다.
LRL은 가족과 집, 건강, 교통, 일, 교육, 엔터테인먼트, 음식, 의류까지 현지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태도에 대한 거시적 연구를 벌여 미래제품의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이 테스트 및 프로토타입 개발을 거쳐 '게임의 룰을 바꾸는' 혁신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통찰과 콘셉트를 제시한다. 특히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의 교체주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1.5~2년 앞선 선행제품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실험적으로 미국 산호세에서 PIT를 발족한 이후 2010년 영국 런던, 인도 델리, 중국 베이징, 2011년 싱가포르에 혁신팀을 추가 설립하며 주요 거점 지역에서 현지화 제품 개발을 위한 창조적인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선보인 전기오븐도 이들 삼각편대의 합작품이다. 웰빙을 중시하는 경향을 반영해 기름에 튀지 않고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슬림프라이 기능이나 요거트와 빵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발효 기능이 오븐에 추가됐다.
특히 손잡이를 일체형으로 디자인해 매끄러운 곡선미를 살린 것은 물론 손잡이를 덧붙이는 방식보다 내구성도 한결 높아졌다. 공정 또한 줄어들어 상당한 비용까지 아낄 수 있게 됐다.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IDEA 제품 부분에서 동상 받기도 했다.

이경훈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이곳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상상해 내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LRL이나 PIT 등과 협업을 통해 고객의 니즈가 제품에 적극 반영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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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PIT는 북미용 4도어 프렌치 냉장고, 듀얼뷰 카메라를 비롯해 유럽형 스마트TV 인터페이스, 중국시장용 백라이트 키보드 노트북 등 현지화 제품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고 있다.
이처럼 창의성이 중시되는 조직인 탓에 연구소 내부는 기존 사무실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 별도의 칸막이가 없어 전선이나 환풍시설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LRL 쪽은 모던한 분위기인 반면 PIT 쪽은 나무로 된 책상을 비롯해 고전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특히 사무실 한 쪽에는 실제 가정의 거실과 주방이 그대로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을 초청해 콘셉트 제품을 사용해 보도록 하고 반응을 살피는 작업이 이뤄진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는 "프리미엄 생활가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럽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랩을 오는 2015년 세계 가전 1등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 20%의 소비자가전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보쉬나 지멘스 등 유럽 브랜드는 물론 유럽에 진출한 가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