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이 왜적 감시하던 곳, 여수시민의 '문화 성지' 되다

이순신이 왜적 감시하던 곳, 여수시민의 '문화 성지' 되다

여수=양영권 기자
2014.02.17 06:33

[르포]GS칼텍스 문화공헌 시설 '예울마루' 를 가다

GS칼텍스가 전남 여수에 건립해 운영 중인 '예울마루' 전경
GS칼텍스가 전남 여수에 건립해 운영 중인 '예울마루' 전경

"무대감독님, 그 부분 처음부터 다시 가야겠어요. 무대 정리를 해주세요."

어둠에 싸인 객석에서 나온 날카로운 목소리가 극장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내 무대에는 교회 내부를 꾸미는 소품들이 들여보내졌다. 여주인공 아들레이드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구원영이 무대로 나왔다. 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흐르자, 구원영이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전남 여수 시전동에 자리잡은 '예울마루'. 기자가 찾아간 오후 4시엔 대극장에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영화배우 박준규, 김지우 등 출연자들이 무대의상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노래와 연기를 가다듬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예울마루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뮤지컬 프로그램.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5차례 공연이 됐다. 객석 1021석 짜리 무대에 예매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호응은 뜨거웠다.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건립한 지역 문화시설이다. 2005년 씨프린스 사고 이후 본격화환 지역사회 공헌사업의 일환이다.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사업비 1000억원을 들여 2012년 개관했다. 연면적 2만4753㎡에 1021석짜리 대극장, 302석짜리 소극장과 기획전시실 등을 갖췄다. 외관은 150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유리 지붕이 특색이다. 이순신 장군이 말을 타고 왜적이 쳐들어오지 않는지 망을 봤다는 뒷산 '망마산'에서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형상이다.

연간 운영비가 40억원 정도 드는데 수익은 5억∼10억여원 뿐이다. 나머지 운영비를 모두 GS칼텍스가 부담한다. 개관 이후 22만명 정도 예울마루를 다녀갔다. 30만명 정도인 여수 시민의 3분의 2가 다녀간 셈이다.

대극장에서는 뮤지컬뿐 아니라 클래식, 대중음악 공연이 매달 열린다. 2013년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 때는 순천과 광양에서까지 관객이 찾아와 4회 공연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작년 이미자, 이문세 공연도 지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공연이었다.

특히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시설을 자랑한다. 지휘자 정명훈은 엑스포를 보기 위해 여수를 찾았다가 뛰어난 음향 시설에 놀라 즉석에서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다시 찾았을 정도였다.

아가씨와 건달들 측 강효진 제작감독도 "여러 극장을 다녀봤지만, 예울마루는 극장을 잘 아는 분이 설계한 최상급 극장이라고 생각된다"며 "배우의 움직임이나 무대 전환이 아주 편안하게 돼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예울마루는 지역주민들에게 서울과의 문화적 격차를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다. 정성민 씨(39·여)는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2년 전 남편 직장 때문에 여수에 내려왔다. 주요 공연 때마다 예울마루를 찾는다. '아가씨와 건달들' 공연을 보기 위해 다시 예울마루를 찾은 그는 "이제는 서울과 여수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예울마루 직원 조아라 씨는 "여수 시민들의 문화작품에 대한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며 "보다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예울마루 건립·운영 외에도 장학금 지급과 취업 지원 등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도 현장 주민을 제외하면 여수시민들의 GS칼텍스에 대한 여론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예울마루를 찾은 한 지역 주민은 "씨프린스호 사건과 이번 기름유출 사건의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그동안 GS칼텍스가 여수에 해 온 공헌활동을 생각하면 이번 사고도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잘 처리해줄 거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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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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