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우이산호 충돌 유류오염사고가 나고 보름이 흐른 지난 14일, 여전히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썰물 때마다 갯가에 나와 기름을 제거하는 데 바빴다. 하지만 가장 피해가 컸다는 신덕마을 갯벌에도 다시 갈매기가 날아드는 등 방제 작업으로 피해 현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원유와 나프타 16만여ℓ가 유출된 낙포리의 GS칼텍스의 제2원유부두는 해경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피해 발생과 확대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신덕마을 부두로 가자 지역 주민 50여명이 해양경찰에서 지급한 흰색 방제복을 입고 해변에서 걸레를 이용해 돌의 기름을 일일이 닦고 있었다.
GS칼텍스 본사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온 직원 100여명도 주민들의 작업에 동참했다. GS칼텍스는 기름 유출 당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하루 평균 150 명의 인원을 동원해 기름을 수거했고, 지난 4일부터는 방제 인력을 250명으로 늘렸다. 주요 방제작업 현장마다 천막 형태의 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간단한 음료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강도 높은 방제작업 때문인지 바다에서 기름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갯벌도 겉으로는 멀쩡했다. 고압의 증기를 이용해 바위 틈에 있는 기름기를 닦아내는 작업 현장 인근에는 갈매기 떼가 날아들어 먹이를 찾았다.
기름 묻은 해초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던 정용길 씨(76)는 "땅 속을 파보면 아직도 기름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정도면 60∼70%가 깨끗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달 31일 설날을 맞아 뒷산 등산을 하다가 사고를 접했다. 그는 "난데없이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원유와 함께 휘발성인 나프타가 누출됐기 때문에 기름만 유출된 사고보다 악취는 심했지만, 해안 오염은 덜하다. 정 씨는 "예전에 씨프린스호 사고가 터졌을 때는 6개월 동안 시커먼 기름이 바다를 덮었다"며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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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까지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었다. 연안 어선들은 출항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선창에 묶여 있었다. 음식점들도 마찬가지다. 신덕마을에서 '신덕바다횟집'을 운영하는 김정업 씨는 최근 식당에 손님이 끊겨 일하는 아주머니를 내보내야 했다. 김 씨는 "이곳이 남해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여서 관광객들이 지나가다 들르곤 했는데, 지금은 아예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낙포 부두에서 남쪽으로 10여킬로미터 떨어진 만성리 검은모래 해수욕장도 지역 주민과 군 장병 등이 동원돼 기름 제거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해양환경관리공단에서 자갈세척기를 투입해 돌의 기름을 제거했다. 돌을 모아다가 끓인 물로 불려 기름을 없애기 때문에 피해 복구가 훨씬 빠르게 이뤄진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좀 더 내려간 곳에 위치한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 오동도는 기름 피해에서 안전지대였다. 오동도 관광안내소 관계자는 "기름이 이곳까지는 밀려오지 않았고, 관광객도 변함 없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지정한 청정해역인 가막만도 아직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불의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총력을 기울이고 석유 수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