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만들던 노하우로 시간당 20㎿ 전력생산 '화력발전소 수준'

회사 정문을 통과하니 컨테이너 사이사이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 더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국의 폐지는 모두 이곳에 모인 것 같았다. 신문, 잡지, A4용지 등 잡다한 종이가 섞인 더미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공장건물로 빨려들어갔다. 내부에 들어서자 굉음이 압도했다. 귀마개를 꽂고 30여분 이동해 초지기(Paper machine)에 도착하니 시속 100㎞의 속도로 옅은 회색의 새 종이가 나와 차례차례 쌓였다.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국내 1위 신문용지 공급업체 전주페이퍼 공장의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100만톤 규모의 신문용지가 생산돼 60%는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 신문사들에 공급된다. 국내 신문용지시장 점유율은 45% 정도.
하지만 갈수록 국내 신문용지 수요가 감소하자 전주페이퍼는 고민에 처했다. 전주페이퍼가 주목한 것은 폐기물이었다. 고지(폐신문지)를 이용해 신문용지를 만들다보니 '재활용'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2010년 폐목재와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국내 최초 폐수처리 발전소를 준공했다.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만든 스팀은 신문용지 제조공정에 사용하고,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판매해 연간 300억원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기자가 찾은 전주공장 한편에는 나무토막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바이오매스 발전소 소각재로 들어가는 우드칩이다. 우드칩은 잘게 자른 폐목재 조각을 말한다. 전주페이퍼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이 우드칩과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태워 신문용지 제조공정에 필요한 스팀을 조달하고 전기를 생산한다.
정부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인증(REC)을 받아 생산한 전기 전량을 한전에 판매한다. 시간당 10㎿(메가와트)의 바이오매스 생산전력이 해마다 250억원 가까이 매출을 낸다. 전주페이퍼에는 원래 벙커C유를 이용해 제지 생산에 필요한 스팀을 만들어냈다.
현재도 가동을 멈춘 벙커C유 설비가 2개 더 있다. 이 설비도 바이오매스 발전설비로 바꿀 계획이다. 스팀을 얻기 위해 불을 때던 '노하우'는 고스란히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쓰이고 있다.
부지의 또다른 쪽에는 수십 개 실린더가 굉음을 내며 상하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바로 국내 최초 폐수처리 발전소다. 신문용지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폐수에서 메탄을 뽑아내 전기를 생산한다.
전주페이퍼는 신문용지 원료의 90% 이상을 고지로 조달한다. 폐지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폐잉크와 화학약품이 나오는데 올해부터 폐수 슬러지를 해양에 배출하는 게 전면 금지되면서 제지업계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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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주페이퍼는 혐기성 세균을 넣어 폐수를 중화하는 설비를 도입했다. 그 결과 발생하는 메탄으로 시간당 2.8㎿의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은 역시 신문용지 제조공정에 쓰인다. 전주페이퍼는 여기에서 연간 6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폐수에서 메탄 등을 뽑아내고도 남는 슬러지 역시 소각해 전기와 스팀을 생산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가 시간당 1.5㎿ 규모다. 다 태우고 남은 찌꺼기에는 생석회 성분이 많이 포함돼 매립지 등에서 약한 지질을 단단히 바꿔주는 고화제의 원료가 된다. 말 그대로 버리는 게 없다.
신문용지 생산능력으로 세계 3위 회사다. 전주페이퍼의 신문용지는 국내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도, 중국, 대만 등의 주요 신문사에 납품, 수출이 국내 판매의 2배에 달한다. 해외에서 톤당 20~3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영속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고민에 한창이다.
주우식 전주페이퍼 사장은 "좋은 기업을 넘어 영속하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스마트무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