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월31일 쏟아진 '불친절한' 보고서

[기자수첩]3월31일 쏟아진 '불친절한' 보고서

정지은 기자
2014.04.01 07:00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마지막날인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전체 1780여개 상장사 가운데 이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무려 1300여개에 달했다. 여기에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과 같은 굵직한 내용까지 더해졌다.

물론 사업보고서 '벼락치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감한 내용을 숨기고 싶거나 별로 자랑할 것이 없는 기업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사업보고서 홍수에 묻혀 1명의 투자자라도 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 이슈가 있어 사업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게 사실"이라며 "되도록이면 관심을 덜 받으려는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사업보고서는 상장회사가 매 사업연도 말에 당해 사업연도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등 기업의 주요 사항을 기록,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는 공시자료다. 여기에는 투자계획과 소송에 관한 내용 등이 모두 담기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놓쳐선 안될 정보가 가득하다.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봐야 할 정보들이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졌다.

올해는 눈치보기가 더 심해졌다.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해당 임원의 연봉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통 마지막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많기는 하지만 올해는 쏠림현상이 더욱 심하다"며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 이슈가 걸려 있어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자 등의 관심도 커지면서 금감원 '다트' 사이트는 접속 장애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올해 도입되다보니 건실한 기업들도 최대한 늦게 사업보고서를 내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법적으로는 잘못이 없다. 다만 정상은 아니다.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투자자들이 누구나 기업의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기업들이 투명성이나 투자자 보호와 관계없는 문제로 인해 사업보고서를 감추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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