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성문 사장 취임 1년, '조선 1번지' 한진重 영도조선소 가보니

지난 4일 KTX 종착역인 부산역에서 내려 찾아간한진중공업(24,350원 ▲1,700 +7.51%)영도조선소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감돌았다.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일감이 없어 적막이 흐르던 야드에서는 '윙윙' 거리는 기계 작동 소리가 들려왔다. 한 때 휴직을 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러 다녀야 했던 직원들은 대부분 복직해 망치와 용접봉을 들고 있었다. 조선소 곳곳에는 파업 기간 중 노조의 요구를 적은 플래카드 대신 올해 경영방침인 'Q-Up(Quality Up-grade: 품질 업그레이드) 실천 방안'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Q-Up 실천 방안은 △재도약 기반 △수주경쟁력 및 생산성을 향상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7월 5년 만에 처음으로 상선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올해 첫 일감을 따냈다. 이로써 2016년까지 도크(선박 건조장)를 꽉 채울 수 있게 됐다.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서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처음으로 수주하는 등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이자 부산경제의 견인차인 한진중공업은 그렇게 재도약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상선 건조장엔 오는 7월부터 망치소리…24시간이 모자란 상선 설계팀
영도조선소는 도크가 3개다. 2년 넘게 끈 파업 기간엔 일감이 없어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았을 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군함, 쇄빙선 등 특수선을 주로 만드는 도크에서는 대규모의 군함 건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나머지 두개의 도크에서는 상선을 건조하는데, 크레인 등 기계들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는 7월부터 지난해 수주한 선박에 대해 철판 커팅 등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조만간 힘찬 망치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현장 직원은 "자동차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다 사용하려면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도크를 작동하기 위해 현재 사전 점검을 쉴 새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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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조선소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는 연구개발(R&D)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영도조선소보다 더 활기찼다. 지난해부터 상선 수주가 잇따라 설계 일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설계작업을 진행 중인 한 직원은 "수주 공백에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설계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일은 바쁘지만 회사가 빠르게 정상화돼 가고 있다는 것에 기쁘게 생각하면서 설계 작업을 차질 없이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문 사장 취임 1년, 노사 안정+수주박차
이같은 변화는 지난 1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최성문 사장의 '스킨십 경영'의 결과다.
최성문 사장은 도크 인근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사장에 취임했을 때 노조와 하나 돼 정상화 작업에 돌입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면서 "취임 후 가장 먼저 구내식당에서 노조와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노력은 노조원들의 마음을 녹였다. 노조원들이 가족들에게 신임 사장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고 자랑할 정도였다고 한다.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를 간절히 원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조도 화답했다. 노조는 '일자리가 있어야 노조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선주사를 직접 찾아가 "파업하지 않고 최고 품질의 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로부터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4척을 수주했다. 영도조선소가 상선을 수주한 것은 2008년 이래 처음이다.
최 사장에게 또 다른 원칙이 있다. 도크가 비어있어도 저가수주는 하지 않는 것이다. 도크를 채우기 위한 수주에 급급했다면 경영 정상화에 오히려 독이 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사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가 수주를 많이 했는데 결국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며 "우리는 저가수주를 하지 않은 덕에 올해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이익이 나는 구조의 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신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
한진중공업은 올해부터 해양플랜트 사업에도 본격 진출, 이를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최 사장은 "선가가 2005~2006년 호황기 때처럼 좋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특수선에 주력하고, 신성장동력인 해양플랜트 사업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건조에 필리핀 수비크조선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영도조선소 부지 확대도 추진한다. 최 사장은 "공유수면을 매립해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매립을 위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세계적 조선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올해는 영도조선소가 '조선 1번지'의 영광을 되찾는 중요한 한 해"라며 "이를 위해 '주마가편'과 '자문자답'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혁신과 새로운 창조를 위해 집중하고 몰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