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소에선 자전거 타기

[기자수첩] 조선소에선 자전거 타기

황시영 기자
2014.05.27 06:31

"출퇴근이 문제가 아니다. 식당을 가거나 작업현장에서 협력업체 사무실을 가려해도 너무 멀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의 이야기다. 그는 웬만하면 셔틀버스로 이동하려 하지만 서울 여의도 면적(277만2000㎡·84만평)의 3배인 조선소 내에서 꼬박꼬박 셔틀시간에 맞춰다닐 수도 없어 개인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지난해에는 작은 추돌사고도 냈지만 오토바이는 작업현장에서 '필요악'이 된 지 오래다.

현재 오토바이 관련 규정은 조선3사가 모두 다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825만㎡)는 소형 오토바이(125cc 이하)만 허용하고 속도를 30㎞ 이하로 제한한다. 다만 현대미포조선 인근 해양사업본부(99만㎡)는 예외다. 2010년 이후 해양플랜트 물량이 급증하면서 한정된 공간에 작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 안전상 이유로 오토바이가 불허됐으나 노조가 반발해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330만㎡)는 출퇴근 때와 점심시간에만 오토바이 운행이 허용된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495만㎡)은 오토바이는 안 되고 자전거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하지만 오토바이끼리 충돌은 물론 선박블록을 옮기는 트랜스포터, 지게차 등 커다란 장비들이 조선소 내에서 이동하다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 조선소 내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자전거 구입 비용을 지원하면 어떨까.

업계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30㎞ 이하로 탈 경우 속도가 자전거와 비슷하다"면서 "사측 입장에서도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로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이용토록 하려면 노조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노조 측에 자전거 구입비 지원이란 '당근'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작업자들이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도로도 넓게 확충해야 한다. 모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옛날처럼 배도 빨리 만들고 건물도 빨리 짓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선 안된다. 산업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로 여겨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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