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고려대 MBA '깜짝 강사'.."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선이 아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경영 외의 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지난달 27일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찾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9)의 생각은 단호했다.
박 회장은 이날 고려대 MBA의 CSR 관련 수업에 '깜짝 강사'로 등장했다. 예정에 없던 박 회장의 출현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반겼다. 박 회장은 두산을 경영하며 경험한 CSR에 대한 인식과 그 필요성에 대해 2시간 동안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열변을 토했다.
박 회장은 우선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잘 모르며,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이 경영 외의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착각들을 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자선활동과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5년 검찰에 기소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박 회장은 "의지와는 다르게 실수로 죄를 짓고 반성하며 느낀 바가 있다"며 "사회적 책임으로 다가오는 기준들을 지키고자 해야 기업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돈을 버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과정상의 문제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며 "결과 지향보다는 (돈 버는) 과정에 대한 반성이 사회적 책임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인수한 미국 소형 건설기계업체 '밥캣'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글로벌 수준과의 차이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부정행위에 대한 경영진 처벌 근거 중 CEO가 'tone at the top', 즉 부하직원의 부정행위를 용인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 조성을 했을 가능성만으로도 처벌한다"고 전했다. 기업의 수장이 평소 이야기하는 내용에 따라 직원들의 행동 양식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선진국은 부정행위 발생시 회사 정책이나 'code of conduct'(규범) 등을 통해 CEO의 의지를 교육했을 경우에만 면책이 된다"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화될수록 사회적 책임에 대한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과 규범 외에도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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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배구조'와 '인사 시스템'을 꼽았다. 박 회장은 "결국 꼭대기에서부터 내리는 의사 결정이 공감돼야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꼭 지배구조까지 안 가더라도 인사시스템으로 80%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며 협력업체 인력 빼오기 등 일부 대기업의 행태를 꼬집었다.
인사시스템 개혁의 구체적 예도 들었다. 사업 평가 대상에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포함시킨다면 조직이 부정 또는 왜곡된 과정을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 회장은 두산의 사회적 책임이 포함된 두산그룹의 Credo(핵심가치)를 풀어내며 "두산인의 규범에는 부정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제도가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한편 특강 도중 진행된 대학원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인구에 회자된 언론 인터뷰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박 회장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옛날이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발언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전후 맥락을 포함해서 그 말을 들어야 하는데, 자극적으로 느껴질 부분만 기사로 나간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