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로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 중에선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차종이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2000만 대' 시대.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를 기획 취재하는 과정에서 차 업체들과 자동차 산업 유관기관들이 내놓은 한결같은 답변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강국이다. 국민 2.8명당 1대 꼴로 차를 굴릴 만큼 차 산업이 성장했고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자동차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와 석유제품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다. 그런데도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 품목은 전무하단다.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자동차 수출 품목 25개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한국산 차종은 없었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5위권에 속한 차종도 4개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미국과 독일은 점유율 1위 차종이 7개씩으로 가장 많다. 일본도 4개 차종이 수출시장에서 1위였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시장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물론 자동차산업 역사가 100년도 훨씬 넘는 글로벌 강국들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업력으로만 놓고 보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상은 놀라울 정도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반떼가 출시 24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했는데 전세계적으로 '텐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차는 10여 개 차종에 불과하다"며 "반세기 남짓의 한국 자동차 산업사(史)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여기서 안주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미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시장에선 수요 감소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수출시장에서도 엔저(엔화약세)를 무기로 내세운 일본차의 맹공이 매섭다. 결론은 '품질 경쟁력'이다. 독일차와 일본차가 자동차 메카인 미국차를 넘어선 것도 부단한 '기술혁신'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