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92세 나이로 타계한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한국의 1세대 창업경영인이자 섬유산업의 큰 어른이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정·재계, 체육계, 문화계 등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유명인사보다도 눈에 띈 건 소박한 옷차림에 홀로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다. 조문록을 살펴보니 고인이 제정한 '우정선행상' 수상자들이 상당수였고, 섬유산업을 일으킨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은, 등산복 차림의 60~70대 어르신들도 있었다. 아들인 이웅열 회장을 비롯한 코오롱 측도 예의를 다해 이들을 하나하나 맞이했다.
이동찬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2001년 자신의 호 '우정'(牛汀)을 딴 선행상을 만들었다. "악행이 아닌 선행을, 모래가 아닌 바위에 새기고 싶다"는 고인의 말마따나 당시 패륜 범죄가 잇따르자 미담을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다. 매년 소외된 이웃을 보듬은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그들의 선행을 격려해왔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우정선행상 시상과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 대회의 시타 등 두 가지 행사는 직접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령 탓에 2012년까지만 한 한국오픈 시타와 달리, 올해 4월까지 직접 시상자로 나설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우정선행상 수상자뿐만 아니다. 선행상 심사위원으로 꾸준히 활동한 연극인 손숙씨도 지난 11일 빈소를 찾았고,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겸 나눔국민운동본부대표는 이튿날 고인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맡았다.
지난 11일 빈소를 찾은 손한균 KDB대우증권 PB클래스 부산 센텀시티센터장은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의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친 것에 대해, 제원스님도 자신이 성북구에서 운영 중인 길음사회복지관을 무상기부해 준 것이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조문객을 보면 그가 살아온 삶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흘 동안 빈소를 찾아온, 이름 모를 이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창업 1세대 경영인', '섬유산업의 큰 별'이라는 대표 수식어 외에도 높은 곳에서 낮고 어두운 곳을 비춰왔던 고인의 평소 행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영면에 든 고인의 평안한 휴식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