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출효자에게 불친절한 한-중 FTA

[기자수첩]수출효자에게 불친절한 한-중 FTA

김훈남 기자
2014.11.16 17:10

지난 10일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소식에 정유·석유화학협회와 업체들에 전화를 걸었다.

한-중 FTA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겠다는 것이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도 산업부에서 얘기를 들은 게 없어서요"라는 말 뿐이었다. 현재 업계의 관세 수준과 일반적인 FTA 영향을 두고 말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제품별 협상결과는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실질적인 타결'이라는 정부 발표는 나왔지만 FTA의 당자사인 업계, 그것도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협회까지 FTA의 양허수준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나마 며칠 뒤 양파껍질 까듯 공개된 양허수준에도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표적인 예가 PX(파라자일렌, 합성섬유·페트병의 원료). PX는 이번 협상에서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돼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됐다.

결국 PX는 관세인하 효과를 못 보게 된 셈이다. 최근 중국이 PX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은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주력상품이 '양허제외'거나 10년 이내 관세인하 품목에 들어갔다"며 이번 FTA 협상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동차 품목 협상에서 정부의 태도와도 대비된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지난 10일 자동차가 FTA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업계와 달리 협상 테이블 뒤편에서 업계와 정부가 보조를 맞췄다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 5596억달러 가운데 석유제품은 527억달러로 2위, 합성수지는 213억달러로 7위를 차지했다. 기초유문과 중간재료 등 수출품목을 더하면 석유화학 업계의 수출 총액은 484억달러로, 수출 3위 자동차업계(486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무엇보다도 정유·화학 업계에게 중국은 가장 큰 고객이다. 정유는 전체 수출물량의 17.8%(82억 달러)를, 석유화학은 49%(235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다. 농업, 자동차뿐만 아니라 이번 한-중 FTA의 주요 당사자 가운데 하나란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정유·화학 업계에 너무 불친절했다. 중국과의 FTA는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불친절 접한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가슴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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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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