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관찰하다보면, 우리가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느낀다.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 리턴' 사태로 재벌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물론 문제가 됐던 당사자의 행동은 충분히 국민들의 공분을 살만했고, 이후 회사 측의 대응도 매끄럽지 못해 화를 자초했다.
최근 한 지인은 "터질 것이 터졌다"고 연락을 해 왔다. 이번 '땅콩'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재벌 3세'에 대한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재벌 3세'는 '나쁜 사람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재벌 3세 A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재벌가의 일원인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너무나도 수수한 행색에 허를 찔렸다. '재벌가 사람들은 화려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작동했음을 고백한다.
A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중교통이 훨씬 편하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아무개 과장'일 뿐이다. 충분히 경영수업을 받을 만한 배경을 갖췄지만,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특혜'라면 '사원'을 건너뛰어 '대리'로 입사했다는 것 정도다.
"아버지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어요. 경영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직원들이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직원들과)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저도 그에 맞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겠죠."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는 대한민국 해군 소속 최민정 소위다. 그녀가 중국 베이징대 재학 당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생활비를 버는 등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호텔신라의 회전문과 충돌한 택시기사의 어려운 환경을 알고 파손된 수리비 4억원 변상 의무를 면제해 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나, 얼굴기형 소녀를 돕기 위해 사재로 3000만원을 선뜻 내놓는 조건이 '절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게 해달라'는 선의의 재벌 3세도 있었다.
'재벌 3세'를 옹호할 의도는 없다. 다만 이번 사태로 더욱 굳어질 조짐을 보이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