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불황 영등포철재상가, '중국산 브로커'만 나홀로 호황

10년 불황 영등포철재상가, '중국산 브로커'만 나홀로 호황

황시영 기자
2014.12.17 06:25

[르포]파이프, 철판 70~80%가 중국산…중국산이 킬로(㎏)당 150~200원 저렴

서울 영등포 철제상가의 한 점포에 얇은 파이프(강관)들이 쌓여있는 모습. 국산과 중국산이 섞여있다./사진=황시영 기자
서울 영등포 철제상가의 한 점포에 얇은 파이프(강관)들이 쌓여있는 모습. 국산과 중국산이 섞여있다./사진=황시영 기자

 "크기따라 가격이 다 다른데 중국산이 킬로(㎏)당 150~200원 싸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문래동 영등포 철재상가를 찾았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타임스퀘어 빌딩 등 화려한 고층 빌딩 옆에 각종 파이프(강관), H형강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도로 건너에는 철판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한때 전국의 철강 유통 시장을 장악했던 영등포 철재상가는 상권의 상당수는 경기 화성과 시흥 등지에 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년째 이어지는 철강업계 불황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페인트통처럼 생긴 네모난 철판통에 종이를 불쏘시개로 넣어 불을 쬐고 있던 가게 주인 김모 씨(45)는 "경기는 어려운데 상권을 나눠 갖다보니 체감 경기가 계속 좋지 않다"며 "39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이는 시흥, 화성 철제 상권은 큰 업체 중심, 영등포는 작은 업체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설명했다.

 영등포 철재상가는 도로를 기준으로 한쪽은 파이프, 한쪽은 철판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관, 구조관, 환봉, 압력배관 전문' 등의 설명이 붙은 파이프 쪽 점포 이름이 OO철공소, OO파이프, OO철강, OO철재다. '단조, 건축도구, 인테리어, 대형 CNC, 머시닝센터, 보링' 등이 붙은 철판 쪽 점포명은 OO공업사, OO공작소다.

 이곳에서도 호황을 맞고 있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중국산 철강제품을 떼다 파는 브로커들이다. 김씨는 "파이프, 철판을 불문하고 영등포 상가의 70~80%는 중국산"이라며 "중국산 제품 브로커들은 갈수록 호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제품 종류를 불문하고 ㎏당 평균 150~200원이나 싸다는 중국산이 판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철공소에서 일하는 서모씨(30)는 중국산 철재를 취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사는 건설업체, 기계업체 등이 주류를 이루며 일반 손님들이 사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중국산은 철근, H형강 등 일부 제품에 그치지 않고 후판(선박용·건설용 철강재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열연, 특수강 등 철강제품 전반에 걸쳐 수입량이 늘었다.

 OO파이프에서 일하는 강모씨(47)씨는 "그나마 얇은 파이프는 휴스틸, 넥스틸, 금강철강, 한진철관 등 국내업체들이 만들어 공급하고 있지만, 가운데 커다란 구멍을 뚫는 두꺼운 파이프는 절대 다수가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철제상가에서 흔히 볼 수있는 중국산 파이프(사진 왼쪽)와 철제상가의 한 점포에 현대제철 H형강이 쌓여있는 모습./사진=황시영 기자
서울 영등포 철제상가에서 흔히 볼 수있는 중국산 파이프(사진 왼쪽)와 철제상가의 한 점포에 현대제철 H형강이 쌓여있는 모습./사진=황시영 기자

 국내 업체들은 두꺼운 파이프, 즉 후육관(Heavy Wall Thick Pipe)을 많이 만들어봤자 공급과잉만 낳게되므로 생산을 기피한다는 설명이다. 세아제강이 고객 주문형 생산방식으로 후육관, 대구경 강관을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고품질을 지향하는 대신 가격이 비싸다. 강씨는 "세아는 열처리를 한번 더 해서 나오니 비싸다"고 귀띔했다.

 파이프 구멍의 직경이 16인치 이상이면 보통 대구경으로 불린다. 대구경은 건설현장에서 항타(지하 10m 이상 구멍을 뚫고 1m 간격으로 말뚝을 박는 것으로 지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작업)를 위한 파일이나 송유관 용도로 사용된다.

 규모가 옆의 다른 점포보다 큰 한 점포에는 H형강들이 차곡차곡 포개진 모습으로 쌓여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씨(42)씨는 "여기 있는 H형강은 다 현대제철 제품이지만, 건설현장에서 형강 세우고 시멘트 발라버리면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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