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글로비스 조지아·앨라배마CC 가보니...주문부터 공급까지 '물류혁명' 원가절감

미국 애틀랜타와 몽고메리를 잇는 85번 고속도로.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웨스트포인트)과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몽고메리)으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으로 현대·기아차의 계열사와 협력사들이 몰려 있다. 이른바 '상생벨트'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오후 애틀랜타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1시간 남짓 차를 달리자 웨스트포인트시 기아차 조지아공장(KMMG)과 인접한 '글로비스 조지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외 부품사가 공급한 해외공장 조립용 부품을 완성차 조립라인에 공급하는 통합물류센터(CC, Consolidation Center)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운반사업을 하는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로 알려져 있지만 부품 유통판매사업 매출비중이 40%에 달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종합물류유통회사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외공장이 주문한 수천가지의 부품을 직접 구매하고 집하, 포장, 운송을 거쳐 생산라인에 공급하기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완성차 1대가 조립되기 직전 대부분의 공정을 글로비스가 맡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기아차 조지아공장이 부품을 주문하면 현대글로비스가 협력사에 발주를 한다. 이후 국내에 있는 해외공장 조립용부품(KD)센터에서 포장, 출하를 하면 해상운송을 통해 조지아 인근 사반나항에 부품이 도착한다. 이어 조지아 CC에서 조립순서에 맞게 서열화돼 조립라인에 최종 공급된다. 통상 해상운송 시간 등을 감안해도 최대 65일이면 부품이 CC에 도착한다.

충남 아산 KD센터에서 만난 허상철 현대글로비스 KD운영실장은 "부품 주문과 발주, 포장 및 가공, 해외 운송 등을 별개로 진행하면 물류비 부담이 커져 차 값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글로비스의 통합 물류유통사업이 현대·기아차의 원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생산은 모든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분초의 작업이다. 연산 36만대 체제인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24시간 3교대로 빡빡하게 돌아간다. 기아차 공장과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조지아 CC도 마찬가지다. CC 내부로 들어서자 지게차들이 부품 박스를 쉴 새 없이 나르느라 분주했다. 문성욱 글로비스 조지아 CC 운영담당 매니저는 "연말이지만 1월2일 공식 출시되는 '올 뉴 쏘렌토' 부품 공급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CC의 가장 핵심 업무는 대박스를 소박스로 만드는 해포 작업에 이어 진행되는 '서열화'다. 조지아 CC는 수천 개에 달하는 부품 중 해당 차종에 필요한 사양과 옵션, 색상에 따라 조립 순서에 맞게 서열화해 공급하는 'JIS(Just In Sequence)'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완성차 입장에서 보면 현대글로비스가 공급한 부품으로 생산라인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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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부품이 하나라도 빠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차 생산라인이 멈춰 서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 현지 직원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팽팽했다. 시간과의 싸움이 한창인 'JIT(Just In Time)' 물류 현장에 와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났다.
현대글로비스의 부품유통사업은 GCS(Global Consolidation center suport System)를 통해 통합 관리된다. CC 내 모든 작업도 전산화돼 있다. 부품 보관위치나 재고현황은 물론 서열 정보가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현지 근로자들이 제각기 휴대하고 있는 PDA로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홍기 글로비스 조지아법인장은 "서열화를 해서 부품을 공급하면 차 조립라인의 공간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작업시간도 단축된다"며 "잘못된 서열 정보가 입력되거나 부품 오류가 생기면 모니터에 바로 경고가 뜨고 신속히 수정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CC에서 85번 고속도로를 타고 몽고메리 방향으로 155Km를 차로 달려 도착한 글로비스 앨라배마 CC.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서 불과 1km 가량 떨어진 지근거리에 붙어 있다. 앨라배마 CC는 2004년 현대글로비스가 처음으로 KD(반조립) 부품을 공급한 곳이다. 당시 NF쏘나타 부품 수출을 시작한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1000만 개 대박스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2조700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앨라배마 CC의 가장 큰 특징은 'JIS'를 업그레이드한 '원키트' 방식의 부품공급 시스템이다. 완성차 1대 분의 부품을 실은 무인운반차량이 레일이 설치된 공장 내 조립라인에서 차량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는 신공정이다. 완성차를 생산하는 근로자는 원키트에 담긴 부품을 자신이 맡은 공정에 맞게 꺼내 조립하기만 하면 된다. 특히 앨라배마 CC의 생산물류 담당 근로자들이 직접 현대차 공장에 투입돼 부품을 분류하고 실어준다.
이백구 글로비스 앨라배마법인장은 "NF쏘나타 부품 공급 이후 10년가량 부품 공급이 잘못돼 차 공장의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비스 물류유통사업 경쟁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홍구 조지아CC 법인장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신경계'에 빗댄다면 현대글로비스는 '손과 발'이라고 보면 된다"며 "물류비 절감 등 효율화로 글로벌 완성차 생산체제의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