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잠정타결,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삼자

이란 핵협상 잠정타결, 물실호기(勿失好機)로 삼자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
2015.04.13 08:00

[기고]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

우리가 다니는 길의 이름은 지명을 따르거나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불려오던 이름을 자연스럽게 붙인 예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외국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붙인 도로가 하나 있다.

바로 한때 '벤처의 메카'로 불린 테헤란로다. 그 유래를 찾아보면 이렇다. 1970년대 중반 한창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우리나라가 1차 석유 파동을 맞게 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유국인 중동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1977년 당시 친미 성향의 이란 정부하의 테헤란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두 나라의 우호를 상징하고 기념하는 뜻에서 서로의 수도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서울엔 테헤란로, 테헤란엔 서울로가 생겼다.

이렇듯 이란은 우리와 인연이 깊은 나라다. 대한민국과 교역을 시작한 최초의 중동 국가이자,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중동 건설에 진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약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테헤란로는 한국의 경제 성장만큼이나 놀랍게 변화됐지만 이란에 있는 서울로는 예전과 큰 변화 없이 그대로다.

그 배경에는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가 있었다. 이란은 1980년대부터 핵무기 제조 의혹을 받으며 끊임없이 국제사회와의 불화를 일으켜왔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가 이어졌다. 2013년부터는 이란의 해외계좌가 동결되고 외화수입의 80%를 담당하는 석유 수출길이 막혀 이란의 화폐가치가 폭락하고, 물가상승률이 42%에 육박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의 대(對) 이란 교역규모는 제재 심화 이전인 2011년 174억3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원유수입 축소와 수출 제한으로 2012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기침체에 시달려 온 이란 경제가 지난 4월 2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 6개국과 이란 간 핵 협상 잠정 타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란은 인구 약 8000만명으로 중동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도 사우디와 UAE(아랍에미리트) 다음으로 커 핵 협상 타결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경제 성장과 잠재적 투자 가치 측면에서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중산층도 두터워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이고 최근 수년간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경제 제재 해제의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 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이런 소비재와 자동차 분야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경기도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65억 달러 규모였던 이란 건설 시장이 올해 1283억 달러 규모로 커졌고 내년에는 1544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970년대 이후 국내 건설업계가 이란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으나 2010년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 통과된 이후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공사를 수주한 사례가 없다. 이란은 가스와 원유 생산 설비가 워낙 노후화돼 플랜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 이란에서 플랜트 공사를 많이 수행했고 기술력도 인정받은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전망이 밝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우리의 대 이란 수출이 증가하고 건설 분야 진출이 적극 재개될 경우 이란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이 활성화되며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번 핵 협상 잠정 타결이 곧바로 경제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외교적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물실호기'(勿失好機·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음)를 위해 우리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은 시장 상황에 대한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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