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소송중인 보고펀드, 실적악화 책임물어 대표해임안 상정…이사회 "전쟁 중 장수 못바꿔" 부결

LG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LG실트론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해임건이 상정됐다가 부결될 정도로 내부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1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27일 열린 LG실트론 이사회에서 변영삼 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안건이 정식 상정됐으나 사내 이사들의 반대에 밀려 부결됐다.
대표이사 해임을 주도한 것은 19.4%지분을 보유한 보고펀드(보고SHP투자목적회사) 측으로, 변양호 보고펀드 공동대표가 현재 LG실트론의 이사회 멤버(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표면적인 해임안 사유는 회사가 2년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실적악화를 보이고 있어 최고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2년 만해도 10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LG실트론은 2013년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3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여전히 141억원의 적자를 보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는 LG실트론의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 ㈜LG와 보고펀드간의 극심한 갈등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LG실트론에 투자했던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태양광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한 보고펀드는 지난해 7월 사상 초유의 사모투자펀드(PEF) 인수금융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
이후 보고펀드는 ㈜LG와 경영진을 상대로 상장 절차 중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LG그룹 측도 보고펀드 등에 대해 배임강요 및 명예훼손으로 맞소송을 내 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한마디로 현재 LG실트론 이사회는 '적과의 동침' 상태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어차피 LG측이 주도권을 쥔 이사회 구조에서 안건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보고펀드 측이 '항의성 액션'으로 해임안을 낸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실트론 이사회는 전체 6명의 이사 중 LG측이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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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결국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임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임하게 된 변영삼 대표가 앞으로 계속될 '전쟁'에서 장수로서 어깨에 짊어진 무게감이 적지 않다. 공급 초과 등으로 웨이퍼 시장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특히 웨이퍼 산업은 일본 신에츠(Shin-Etsu)와 섬코(Sumco) 등 메이저 업체들이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엔저 효과로 인해 국내 업체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반도체가 점차 미세화하면서 웨이퍼 수요도 크게 늘지 않고 있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LG실트론 관계자는 "원가 절감 노력과 수급조절 등을 통해 올해에는 예년보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실트론은 이달 말 2012년 이후 3년 만에 약 900억~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