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00억이상 54사 중 23개 부채비율 400% 넘어...한진·현대 '최대 1조원' 증자해야 활용
정부가 해운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선박펀드' 지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해운사 중 43%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대형 국적 해운사들이 선박펀드를 활용하려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선 지원안의 실효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해운사 10곳 중 4곳 부채비율 400% 넘어 '지원배제'=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매출액 500억 원 이상 국내 해운사 54개 중 선박펀드 지원조건인 '부채비율 400% 이하'를 충족하는 곳은 모두 31개(57%)로 집계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포함한 나머지 23개(43%)는 부채비율 400% 이상으로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 해운사가 선박펀드 자금을 이용해 새로 배를 지으려면 자구 노력으로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운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박펀드'를 조성하고 'BBC(Bare Boat Charter)' 방식으로 선박 신조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
BBC 방식은 선박 소유권이 해운사가 아닌 펀드에 있어 기업 부채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재무부담을 줄이려는 해운사 입장에서 선호되는 방식이다. 정부는 다만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는 부채비율 400% 이하 등 재무상태가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운업계는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해운사들은 정부 지원이 없어도 차입 여건이나 유동성 상황이 괜찮아 자체 노력만으로 꾸준히 선대를 확대하고 있다"며 "정작 정책지원 대상이어야 할 대형 선사들이 배제돼 있어 솔직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최대 1조원 넣어야 선박펀드 이용= 국내 양대 국적 선사인한진해운과현대상선(20,500원 ▼250 -1.2%)은 지난 3분기 말 부채비율(개별기준)이 각각 747%와 786%에 달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00%가 넘던 부채비율을 자구안 이행과 영업활동 개선으로 그나마 낮춘 것이다.
두 대형 선사가 선박펀드를 활용해 고효율·친환경 선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부채비율을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부채 상환이 쉽지 않은 구조인 만큼 투자자 유치나 대주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이 필요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장 빚을 갚을 유동성이 부족하고 대주주의 여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두 해운사가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해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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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자체 추산 결과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기 위해선 최대 1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도 최대 8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선박펀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대형 선사들 사이에선 "직접 지원도 아니고 1조4000억원(선박펀드)의 일부를 간접 지원받기 위해 1조원을 증자하라는 게 현실적이냐"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이후 국내 컨테이너선사가 돈 되는 걸 모두 팔아 확보한 유동성이 5조원에 달하지만 거의 고금리 금융비용을 대는 데 쓰였다"며 "이제 와서 금융권에서 '밑빠진 독' 운운하며 자체 노력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건 해운업을 살리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자조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재무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진행해 온 자구안 이행 실적은 각각 123%, 9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