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매개로 하는 이슬람 금융방식…이슬람 선주 선호하는 대금결제방식될지 주목

현대중공업(468,000원 ▲6,500 +1.41%)그룹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인 바리(Bahri)로부터 선박건조대금 4400억원을 '무라바하(murabaha)' 방식으로 받는다. 이슬람 국가의 소비자금융 방식인 무라바하가 앞으로 이 지역 국가들과의 결제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1일 바리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바리는 최근 현대삼호중공업, 리야드은행(Riyard Bank)과 함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선박 5척에 대한 건조대금 14억2500만리얄(약 4407억원)을 무라바하를 통해 조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바리는 세계 최대 석유생산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다.
건조 계약은 지난해 사우디 현지에서 체결됐으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가삼현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사업대표(부사장·사진 왼쪽)가 참석했다.
무라바하 방식에 따르면, 리야드 은행은 선사 바리에게 돈을 바로 빌려주지 않고 은행이 주체가 돼 직접 선박을 매입한다. 이후 바리는 은행으로부터 더 높은 가격(선박 가격+α)에 10년 6개월 할부 조건로 선박을 매입한다. 여기에 2년 유예 조건이 추가됐다. VLCC 5척은 할부 이행 담보로 설정됐다.
다시 말해 현대삼호중공업이 선박을 만들어 리야드은행에게 팔고, 리야드은행이 선박을 바리에게 되팔면서 사용료를 덧붙여 할부금으로 받는 것이다. 이 사용료가 사실 이자인 셈이다.
무라바하는 이슬람권의 수천년된 금융방식이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은 이자의 수취와 지급을 금지하고 실물자산을 매개로 거래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2011년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현대미포조선(223,000원 ▲3,500 +1.59%)이 사우디 국영해운사 NSCSA로부터 2만6000톤급 컨테이너·로로 겸용선(Container·Ro-Ro Carrier) 6척을 4억1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듬해 2012년 대금 결제에 무라바하가 활용된 적이 있어 선박결제에 이같은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바리는 지난해 5월 VLCC 5척 및 옵션 5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2017년 인도 조건에 체결했으나, 수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옵션으로 포함된 VLCC 5척도 발주 예정이나 대금 지급 형식은 미정이다.
신형 VLCC는 30만DWT(중량톤수)급으로 최신 국제 기술 사양에 맞춰 설계돼 높은 친환경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갖추게 된다. 현재 설계 막바지 작업 중이며, 오는 7월 1일 강재절단(Steel Cutting)식을 갖고 선박 건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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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MOU에 따라 두 회사는 조선, 선박용 엔진, 육상 플랜트, 전기전자 등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중이다.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인 S-OIL 주식 63.41%(7138만7560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내년 상장을 준비중인데 상장 후 가치는 10조달러(약 1경2000조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무라바하 외에 이슬람금융의 대표적인 상품은 채권 성격의 수쿠크(Sukuk)가 있는데, 수쿠크는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수쿠크는 우리나라에도 도입 시도가 있었다. 2009년 9월 수쿠크 발행시 소득세, 법인세, 양도세, 부가가치세, 취·등록세 등 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조세감면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기독교 등 반대로 무산됐다. 수쿠크 거래의 특성상 형식적으로 실물자산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이슬람권과 마찬가지로 면제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개정안은 2012년 5월 29일 폐기된 이후 더 이상 논의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