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지' 호암아트홀·중앙일보빌딩…매각가 5000억원 안팎, 중앙일보 유력
삼성그룹이 고(故) 이병철 창업주의 혼이 깃든 호암아트홀을 포함한 중앙일보빌딩(삼성생명(265,000원 ▲15,500 +6.21%)소유)을 매각한다. 비핵심 부동산 매각의 일환이다.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사옥 매각에 이어 삼성의 '태평로 시대'가 사실상 끝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인수후보는 사돈기업인 중앙일보가 유력하다.
19일 삼성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현재 삼성생명이 내놓은 중앙일보빌딩(서울 순화동 7번지) 인수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인수 가격은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핵심 부동산 매각과 재무건전성 개선 차원에서 삼성생명이 중앙일보빌딩을 매각키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거래 상대방이나 구체적인 매각시기, 가격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수주체 및 자금조달에 관한 고민도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거래가 완료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빌딩은 서울 서소문 고가 옆 호암아트홀이 자리 잡은 적갈색 대리석 건물이다. 대지 1만6311m², 건물 22층(지하 3층) 규모에 1985년 준공됐으며 중앙일보가 현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인근 건물(J빌딩)과 구별하기 위해 A빌딩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1965년 J빌딩에서 시작해 1985년 A빌딩으로 옮긴 후 2012년 다시 J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한 상태다. A빌딩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중앙일보가 삼성계열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삼성생명으로 넘어갔다.
당시 삼성생명은 이를 2940억원에 매입했기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면 2000억원가량 차익을 얻는다. 인근 삼성생명 본사 건물이 5800억원에 팔린 점 등을 감안하면 중앙일보로서도 비싼 가격은 아니다. 사세확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

중앙일보빌딩 매각은 최근 삼성그룹 전반에 불고 있는 실리 중심의 경영 방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돈 기업이 인수한다 하더라도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시대의 상징물이 그룹을 떠나는 걸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내부에서는 나온다.
올해 1월 부영에 매각된 삼성생명 본사 사옥, 그리고 중앙일보빌딩은 호암이 특히 애착을 갖던 건물로 유명하다. 호암은 외벽 대리석 색상을 직접 골랐고, 대리석 칸과 칸 사이 간격을 몇 mm로 할 것인가까지 일일이 지정해줬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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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빌딩의 호암아트홀은 삼성그룹 성장의 역사를 함께 해 왔다. 건물 준공인 1985년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때였고, 2년 뒤 1987년 타계한 호암의 장례일정 마지막도 호암아트홀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대도 호암아트홀에서 시작됐다. 1987년 이 회장은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신임회장으로 추대돼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바로 이곳에서 삼성에 가장 먼저 입사한 당시 최관식 삼성중공업 사장에게 사기(社旗)를 넘겨받았다.
이후 호암아트홀은 삼성그룹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면서 삼성그룹의 ‘성지’같은 역할을 했다. 1995년 삼성자동차 출범식이 열린 것도 이곳이다.
하지만 신년하례식이 열리는 장소가 신라호텔로 바뀌고, 각종 행사가 서초사옥으로 옮겨가면서 최근 들어 삼성그룹 행사는 뜸해졌다. 호암상 정도만이 아직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