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첫고비' 넘겨, 내달 1900억 만기연장 첩첩...현대 용선료협상 불투명, 법정관리 위기고조

현대상선(21,000원 ▼100 -0.47%)용선료 인하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진해운은 회사채 만기 연장에 성공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이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비를 또 넘겼다.
19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이날 22개 선주를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를 위한 컨퍼런스콜(화상회의)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현대상선과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컨테이너 및 벌크선 전체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합의를 요청하고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전날 전체 용선료의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 선주 4곳과 직접 만나 진행한 협상에서 설득을 이끌어내지 못해 이날 회의를 긴급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주요 컨테이너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 합의를 전제로 잡힌 회의인데 어제 협상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운명을 결정지을 용선료 협상이 난산을 거듭하고 정부가 통보한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법정관리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실패시 법정관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채권단이 밝힌 법정관리 시한은 20일까지다. 채권단은 그러나 전날 협상에 참여했던 선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다음주까지는 협상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채권단 내부적으론 협약 채권기관 출자전환 안건 결의일인 오는 24일 이전까지는 용선료 협상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선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사적인 총력전을 펴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의 전제 조건인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란 첫 고비를 넘겼다. 한진해운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358억원 규모의 미상환된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해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공시를 통해 상법이 정한 요건인 출석 사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찬성과 미상환 잔액의 3분의 1이상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채 조기상환일이 5월23일에서 9월23일로 연장되고 사채권자들은 선택에 따라 한진해운의 자기주식으로 사채원리금을 상환받게 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사채권자는 "(출석자가 보유한) 전체 168억의 사채 중 약 130억 이상이 찬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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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한진해운 재무본부장(전무)은 "한진해운을 믿고 고통 분담에 동참한 사채권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첫 산을 무사히 넘었지만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한 경영정상화로 가기 위해선 첩첩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먼저 다음달 27일 돌아오는 1900억원의 공모사채 만기 연장 과제가 남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늘 사채권자 집회는 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며 "다음달 1900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 연장이 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선료 인하 과제도 남아 있다. 최근 용선료 20~30% 인하를 목표로 자문 로펌인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가 포함된 협상팀을 구성하고 지난 10일부터 본격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녹록지 않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의 선례가 될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막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한진해운이 선박을 빌린 해외 선주는 모두 23곳이다. 지난해 지불한 용선료 규모는 1조1469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 선주 중 그리스 다나오스 등 일부는 현대상선 선주들과 겹친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한진해운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