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지난 23일부터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성과연봉제 반대가 주된 이유다. 이들은 “은행 창구가 비고, 철도와 지하철이 멈추고, 공공병원은 진료를 멈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지만, 일부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국민의 큰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정된 고용과 고임금을 누리는 이들이 기득권 고수를 위해 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국민을 볼모로 삼아 벌이는 파업에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성과연봉제 도입, 즉 임금체계 개편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임금삭감이나 근로자 퇴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근속연수에 따른 일률적 임금 인상이 아닌, 일의 가치와 업무의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하자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정하고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부문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그 이득은 질 높은 서비스로 국민에게 돌아가며,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에도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임금체계 개편은 어느 일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의 모든 구성단위를 유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경쟁을 회피하고 세월만 흐르면 임금이 올라가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 성장동력 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위협받고 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해진 지금도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과거의 낡은 시스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고도 성장기에 제조업 근로자 보호를 기반으로 형성된 낡은 법‧제도와 관행이 아직도 우리 노동시장을 제약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문제의 중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연공성을 가진 임금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중장년층 일자리를 불안하게 하고, 청년층의 취업문을 좁게 만들며, 기업의 인력구조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다. 글로벌스탠더드와도 동떨어져 우리 인사시스템의 국제화를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의 시장 대응능력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불공정을 심화시켜 근로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공정한 노동시장 구축,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위해서는 연공중심의 비생산적 임금체계를 조속히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 경제패러다임이 전환되고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나날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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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고 해서 마냥 미룰 일이 아니다.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개별기업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면 된다. 일률적인 호봉인상 대신 평가를 통해 차등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중요한 임금체계 개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직무급 전환이 어렵다면, 기업 경영풍토에 맞도록 수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서 차츰 연공급의 틀을 깨고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 바꿔나가면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금번 공공부문 파업과 같이 아직도 임금체계 개편을 임금삭감이나 근로자 퇴출과 동일시하는 왜곡된 시각이 본질을 호도하고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현 시스템을 지속하는데 따르는 대가는 변화로 인한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했던 빌 클린턴 전(前) 미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과 근로자 모두 더 큰 대가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