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반복된 쌍용차 1조 투자… 실제 자금 투입은 800억뿐
지난 30일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총괄회장이 ‘2017 서울모터쇼’를 찾았다. 마힌드라 회장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로 최근 방문은 2015년 ‘티볼리’ 출시 행사였다.
마힌드라 회장의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향후 4년간 1조원 투자'였다. 일부 기자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향후 4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받아들였고 기사화도 됐다.

기자간담회 당시 마힌드라 회장과 동석한 파웬 코엔카 마힌드라 자동차부문 사장은 "쌍용차 인수 이후 지금까지 1조1000억원, 약 10억달러를 투자했다"며 "향후 4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이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인도 마힌드라 회장, 쌍용차에 4년간 1조원 투자' 30일 보도된 기사와 똑같은 제목의 기사가 2014년 1월에도 수두룩하다.
당시 인도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마힌드라 회장이 똑같은 말을 한 것이다. 당시 한 방송사는 박 전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성과라며 치켜세웠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서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향후 4~5년간 9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신차와 엔진을 개발한다." 2013년 1월 한 기사의 일부다. 이 소식으로 쌍용차 주가는 당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조금만 더 가보자. "앞으로 4~5년 동안 매우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있다. 이미 저희는 45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승인한 바 있고 앞으로 필요한 투자가 약 8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여한 코엔카 사장의 증언이다.

이쯤 되면 마힌드라의 1조원 투자계획이 재탕, 삼탕을 넘어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언론인터뷰를 포함하면 사실상 1조원 투자계획 발표는 연례행사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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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얼마를 투자했을까. 2010년 11월 쌍용차 인수에 들어간 5225억원(신주인수 4271억원+회사채인수 954억원)을 빼면 쌍용차에 들어간 마힌드라의 자금은 800억원이다.
2013년 5월 실시한 800억원의 유상증자가 전부다. 직전 해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4500억원 투자를 승인했다고 했지만 추가 자본 투입은 없었다.
쌍용차에서는 현재 72.9%의 지분을 가진 마힌드라가 추가 유증을 하면 주식회사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설명하지만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법은 유증말고도 다양하다. 사실상 추가 자금 투입의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1조원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다. 쌍용차가 향후 4년간 신차개발 등에 1조원을 쓴다는 얘기다. 코엔카 사장은 쌍용차 이사회 의장이란 직책도 갖고 있는데 투자계획을 말할 때만큼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발언을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쌍용차'라는 주어를 생략한 채 "4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수없이 반복하는 마힌드라. 쌍용차가 지금 정상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사실 마힌드라보다는 주어에서 생략된 쌍용차 국내 경영진의 노력 덕분이다. 우리는 '주어생략' 화법을 쓰는 사람들의 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