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GM 군산공장, 22년의 막을 내리다

[르포]한국GM 군산공장, 22년의 막을 내리다

군산(전북)=황시영 기자
2018.05.31 05:30

쉐보레 차 군산시내 거의 없고 지역민도 구매 안해…퇴직자들 자격증·창업 준비

5월 31일 공식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5월 31일 공식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이미 2~3년 전부터 한달에 5~6일만 공장이 돌아갔어요. 그래도 연구원들이 짐을 싸지 않아서 '설마설마'했죠. 군산경제는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았습니다."(군산상의 관계자)

30일 전북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는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민들레꽃들이 피어있었고 5월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가득했지만, 이 자동차공장은 31일 영원히 문을 닫는다.

GM 미국 본사는 올해 2월 13일 5월말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계획대로 실행한다. 정문에 알파벳으로 쓰여진 'Welcome to Gunsan Plant!'는 '공허한 울림'으로 보였다.

1996년 대우자동차가 군산공장을 설립한 이후 대우차 누비라, 쉐보레 브랜드의 라세티·올란도·크루즈를 생산하며 22년간 군산경제의 '첨병' 역할을 해왔던 이 공장이 공식 폐쇄되는 31일 특별한 세리모니는 없다. GM은 과거 호주 홀덴공장에서 철수하면서 마지막 생산 차량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남겼지만, 한국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은 살리기로 했기에 별도의 세리모니는 없다.

◇수출·내수 주는 가운데 인건비 상승…"생산할수록 손해"=군산공장의 전성기는 2011~2012년이었다. 2012년에는 연 생산량 27만대로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3년 말 GM 미국 본사가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를 결정하는 '불행'이 찾아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기 침체, 유가급등으로 인한 중동국가 수출 타격도 맞았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85%가 수출, 15%가 내수이던 군산공장은 충격이 컸다. 그전까지 군산공장은 140여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었으며 유럽 수출 물량이 전체 수출 가운데 65% 비중이었다.

크루즈, 올란도 등 이 공장에서 생산하던 모델의 판매 실적은 2013년 15만대에서 2014년 8만대로 반토막났다. 이후 2015년 7만대, 2016년 4만대로 줄다가 지난해에는 3만대에 그쳤다.

반면 인건비 부담은 계속 커졌다. 한국GM의 국내 공장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0∼2013년 평균 8%에서 작년 기준 16%로 올랐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000만원씩 늘었고, 기본급도 매년 3.3∼5.0% 올랐다.

한국GM에서 약 30년간, 군산공장에서만 22년간 일했던 익명의 1차 희망퇴직 신청자는 "생산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봤으니 누가 경영을 했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5월 31일 공식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5월 31일 공식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그동안 군산시와 군산상의 등 지역민들은 '한국GM 군산공장 살리기' 구매 운동을 펼치고 군산시청 로비에 쉐보레 차를 전시할 정도로 적극적인 '살리기' 노력을 보였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군산시와 군산시의회는 GM에 대해 큰 유감을 표시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싸움을 해서 상대방을 코피나게 하더라도 코피를 닦아주는 것이 예의인데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큰 실효성이 없다"며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은 살리고 '희생양'으로 군산을 내줬다"고 했다.

군산 시내에서는 사실 쉐보레 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군산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모씨(50)는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차가 괜찮았는데, 오히려 GM이 인수한 이후부터 차 중량이 너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강모씨(65)는 "제가 익산·군산에서만 60년 넘게 살았는데, DJ 정부 시절 전남은 조금 발전이 됐지만 전북은 너무 사람 사는 곳 같지 않고 버려진 곳 같다"며 "자식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내보냈다"고 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에서 들여다 본 공장 부지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에서 들여다 본 공장 부지에 정적감이 감돌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450여명 직원 3년간 무급휴직…100여개 협력업체까지 '패닉'=원래 1900여명이던 한국GM 군산공장 직원은 지난 2∼3월 1차 희망퇴직(약 1200명)과 지난 4월 2차 희망퇴직(약 40명)을 거쳐 약 650명이 남았다.

한국GM 노사는 이들 약 650명 가운데 200여명을 부평, 창원 등 다른 공장에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나머지 인력 450여명에 대해서는 일단 3년간 무급휴직이 적용되며,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전환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2차 희망퇴직 신청자는 "희망퇴직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한다"며 "재취업을 위해 전기, 조경사, 요양사, 화물차, 포크레인, 불도저 등 자격증을 따거나 창업을 위한 바리스타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00여곳에 달하는 협력(부품생산) 업체도 축소나 폐업이 속출했다. 상권 붕괴, 부동산 가치하락, 인구감소도 뒤따르고 있다. 군산 오식도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3)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한국GM까지 겹치면서 손님 절반이 줄었다"고 했다.

전북 군산시 군산상공회의소 앞에 '한국GM 고용지원전담팀'을 운영한다는 안내 배너가 붙어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전북 군산시 군산상공회의소 앞에 '한국GM 고용지원전담팀'을 운영한다는 안내 배너가 붙어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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