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설계 경쟁력 중국에도 뒤진다"…"미·중 무역전쟁 속 韓 끼이는 시나리오 배제 못해"

반도체 강국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특히 팹리스(설계 전문) 경쟁력은 구미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쳐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1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기회 및 위협요인' 자료를 내고 "시스템반도체의 팹리스 경쟁력은 미국, 일본, 유럽은 고사하고 중국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 반도체시장의 과반을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분야는 삼성을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들이 확고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장규모는 시스템 분야가 더 크다. 2017년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 비중 면에서 시스템은 53.2%, 메모리는 30.1%를 각각 점유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다시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으로 나뉘는데, 실제 돈을 버는 팹리스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출 면에서 미국이 53%로 가장 높고 대만(16%), 중국(11%)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의 팹리스 역량은 중국에 비해서도 낮다. 세계 팹리스 상위 1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하이실리콘(7위), 유니그룹(10위) 등 두 곳이 포함된데다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캄브리콘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고성능 저전력 AI(인공지능) 칩 생산에 성공해 국제 시장서 "1조원 이상 기업가치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 최대 팹리스 회사인 실리콘웍스(LG계열)는 매출액이 2017년 기준 7억달러로, 중국 유니그룹의 3분의 1 수준이다.
시스템 파운드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세계 2위권이지만 아직 세계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대만과 격차가 엄청나다. 대만의 TSMC가(2017년 기준) 매출 322억달러로 51.2%를 점유한 가운데 지난해 세계 최초로 7나노 공정 양산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7년 기준 7.4%였다. 지난해 매출액을 두 배로 늘렸지만 여전히 TSMC의 3분의 1 정도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김건우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시스템 반도체 면에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기술 및 장비를 공급받는 미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업체들과 중국 신생기업들 간 기술 격차가 현저하다. D램 부문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10나노대 공정을 주력으로 가동하는 가운데 중국에는 아직 20~30 나노대 공정 양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낸드 역시 중국이 양산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