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케이블 '국가핵심기술' 지정놓고 LS·대한전선 일촉즉발

초고압케이블 '국가핵심기술' 지정놓고 LS·대한전선 일촉즉발

박소연 기자
2019.05.31 15:05

대한전선 "기업 자율권 침해" vs LS전선 "국가 보호 필요"

500kV(킬로볼트)급 이상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전선업계가 일촉즉발 상태다.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설로 인해 급격히 진행된 이번 논의에 전선업계 1·2위인LS(303,500원 ▲13,000 +4.48%)전선과대한전선(30,700원 ▲600 +1.99%)이 충돌했다.

31일 전선업계 및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자부는 현재 '500kV급 이상 전력케이블 시스템의 설계 및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자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문위를 한 차례 개최했고 보호위를 개최해야 할 단계인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서 검토 중"이라며 "양사(LS전선과 대한전선)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보호위 일정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산자위의 움직임은 최근 불거진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설과 무관치 않다. 전선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한전선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대한전선의 500kV급 이상 초고압 기술에 관심을 가진 중국 업체가 자본력을 무기로 몸값 1조원에 육박하는 대한전선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8일 중국 매각설을 공식 부인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대한전선이 중국 자본에 매각되며 핵심 기술이 유출되거나 저가 공세로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여론이 들썩이자 정부는 지난달 산업기술보호법을 동원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관련기사:대한전선, 中 매각설 부인…정부, 기술유출 우려 주시)

대한전선은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을 말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시 정부에 사전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수출이나 인수·합병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중지나 금지,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할 수 있어 기업은 상당한 자율권을 침해받게 된다.

대한전선이 보유한 500kV급 교류(AC) 전력케이블은 중국 13개를 포함해 세계 27개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미 개발된 지 8년이 지났다. 500kV급 직류(DC) 전력케이블은 AC보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만 국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만큼 월등히 가치가 높은지는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대한전선 측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 ZTT는 535kV급 고급형(XLPE)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500kV급 MI-PPL 케이블 개발엔 성공했지만 시장성이 높은 XLPE 기술은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중국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500kV급 케이블 상당수가 검증은 물론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LS전선에 따르면 500kV 이상 AC 전력케이블을 개발 완료한 업체는 10개, 상용화한 업체는 8개이다. 중국업체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중국에 매각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말했는데도 시장성이 떨어지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중국이 아닌 해외 투자와 매각 전반에 제동이 걸리는데 수년간 어렵게 정상화한 끝에 매각을 앞둔 중견기업 입장에서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전선업계가 합종연횡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칫 대한전선의 향후 글로벌 매각이나 확장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최근 열린 전선조합 임시 이사회에선 업계 1위인 LS전선의 주도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 관계자는 "국가에서 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해외에서도 자국의 전력 기술을 보호하는 움직임이 많고 교류 기술 확보시 직류 개발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핵심기술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을 편중되지 않게 청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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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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