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 계열" 민간 경제연구소의 진화

"대기업→금융 계열" 민간 경제연구소의 진화

최성근 기자
2020.06.18 12:10

[소프트 랜딩]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 민간 경제연구소의 역할 재부각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심화되고 있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20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경제는 –1.2%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하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될 경우 성장률은 –2.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망치이지만 역대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급증하고 있는 실업문제는 물론 불황으로 생계난에 직면한 자영업자나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대책도 세워야 하고 백척간두에 몰려있는 서비스, 여행, 유통산업과 수출길이 막혀버린 제조업의 활로도 모색해야 한다.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회복은 물론 올해 당장 경제성장률 방어를 위한 경기부양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본소득 논란이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소위 한국판 뉴딜과 같은 신산업 정책이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일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국가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당면한 수많은 현안들과 이슈를 연구·분석하고 대응책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은 물론 다양한 정책 대안들과 지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소위 ‘씽크탱크’(Think Tank)라 불리는 경제연구소들의 존재와 역할은 경제 위기상황에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 소속된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씽크탱크로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명성을 떨쳐왔지만 최근에 와서는 씽크탱크의 축이 대기업 계열에서 금융 계열 경제연구소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민간 씽크탱크였던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이미 2013년 이후 줄곧 모그룹의 인하우스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고, LG경제연구원의 경우 그동안 민간 경제연구소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작년부터 활동이 눈에 뜨게 줄었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6월까지 발간한 연구보고서는 단 3편에 불과하며 한때 연간 4차례까지 발간했던 경제전망 보고서마저도 아직 단 한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연구원 역시 경제뉴스만을 정리한 주간 소식지를 발간할 뿐 과거처럼 자동차시장 분석이나 국내외 경제 현안 분석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외에 대기업 계열의 SK경제경영연구소, KT경제경영연구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민간 경제연구소 중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는 곳은 전국경제인연합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과 중견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 산하 현대경제연구원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 금융 및 산업의 현안은 물론 매월 기업경영여건 및 투자현황을 파악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와 같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4편 정도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매주 경제 및 산업 이슈와 정기적인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올해 발간한 보고서는 20편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기존에 매주 1~3회씩 발간해왔던 것에 비하면 대외적인 연구 활동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맞이해 씽크탱크로서 활발하게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모그룹의 경영활동이 타격을 받자 동시에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의 연구 활동은 이전보다 크게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융 계열의 경제연구소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왕성한 대외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KDB산업은행 소속 미래전략연구소는 ‘산은통계월보’같은 정기간행물 외에 각종 산업, 경제, 금융 현안 이슈들을 분석한 현안 및 이슈 분석 보고서를 포함 올해 약 70여건을 발간하면서 가장 왕성한 연구활동을 자랑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국내외 금융시장 현안과 이슈는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와 북한 관련 보고서까지 발간하는 등 정기간행물을 포함해 올해에만 49편의 분석자료와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KB금융지주에 속한 KB경영연구소 역시 국내외 거시경제와 산업연구는 물론 경영 현안과 부동산, 은퇴 및 자산관리 등 경제와 산업, 금융까지 망라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보고서와 분석 자료들을 발간하고 있으며 올 들어 현재까지 47건의 자료를 발간했다.

이외에도 제1금융권의 한국금융연구원이나 금융투자협회 산하의 자본시장연구원이 있는데 이들 경제연구소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소속 협회의 지원 아래 금융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 현안까지 다방면에 걸친 심도깊은 연구보고서와 분석자료들을 꾸준히 발간하고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국내 언론사가 집계한 국내 100대 씽크탱크에는 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그리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주로 국책연구원이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소는 밀려나 있다.

더욱이 이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기업의 경영난과 함께 인력 유출 등으로 연구 역량이나 여건이 열악해진데다 주로 대외 연구용역이나 계열사 프로젝트 등 자구 사업에 매달려 있어 정작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지혜와 지식을 탐구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씽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물론 그동안 대기업의 이해나 입장을 반영하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연구활동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유튜브 등 영상플랫폼을 통한 경제 관련 콘텐츠 소비가 크게 활성화된 것도 상대적으로 민간 경제연구소의 입지가 줄어드는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그동안 한국경제의 씽크탱크로서 역할을 앞장서 수행해 온 대기업 계열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연구 활동이 위축되고 그 위상과 역할이 유명무실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한국경제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한국경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활동이 설 자리를 상실하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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