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조사' 착수한 열연강판…후판과 달리 복잡한 철강업계 속내

'반덤핑 조사' 착수한 열연강판…후판과 달리 복잡한 철강업계 속내

김지현 기자
2025.03.04 15:05
국내 열연강판 수입량 통계/그래픽=이지혜
국내 열연강판 수입량 통계/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에선 후판과 달리 관세 부과 결정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열연강판을 구매해 가공하는 제강사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인데다 후판보다 외교적 파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조사위원회는 이날 일본·중국의 탄소강·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덤핑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유무 조사를 시작한다고 관보에 게시했다. 덤핑 조사는 3개월(최대 5개월)의 예비조사와 이후 3~5개월간의 본조사로 이뤄진다. 이르면 오는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오게 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일본이 열연강판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시장을 교란시킨다며 무역위에 제소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 중국·일본산 제품은 국내 시세 대비 10~20%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열연강판은 약 348만톤인데, 이 중 중국이 155만톤, 일본이 190만톤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업계 내 공감대가 이뤄졌던 후판과 달리 열연강판 조사를 바라보는 철강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각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서다. 열연강판은 쇳물로 만든 평평한 판재인 반제품(슬라브)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3㎜ 두께로 가공한 강판을 말한다. 국내에선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고로사가 생산하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후공정 업체들이 이를 구매한 뒤 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으로 가공해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이런 탓에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제강사들은 타격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을 구매해 제품을 생산했는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인상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동국제강그룹의 도금·컬러강판 전문회사 동국씨엠이 이달 중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열연강판 조사와 무관치 않다. 정부가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 중국 업체들이 열연강판에 단순 도금 등 최소 공정을 한 뒤 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고로사들의 독과점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세 부과로 수입량이 줄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포스코도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으로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선뜻 나서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등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이 확실하지만, 포스코는 국내와 해외 고객사들에 주로 철강을 납품하고 있어서다. 당장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이 고객사에 포함된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포스코가 3%대로 1%대인 현대제철보다 낫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초소재로 사용되는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면 수출 중심인 국내 업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일본은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CP)에 따라 철강 제품이 대부분 무관세인데 무역 분쟁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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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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