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양산 공장 최종 인허가를 받기까지 대표로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자사만의 기술력으로 다시금 도약해 내년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올 예정이다.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서 행보를 지켜봐 달라." 케이비엘러먼트 배경정 대표의 말이다.
케이비엘러먼트(대표 배경정)는 국내 최초로 비산화 그래핀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다. 그래핀은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해 비행기, 자동차, 건축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제조 방식의 경우 '강산'과의 화학 반응을 통해 생산하는 '산화·환원'이 주를 이뤘으나 케이비엘러먼트는 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 제조 공정 단계를 최대 30단계에서 5단계로 획기적으로 줄이며 '비산화 그래핀'을 연간 21톤 양산하고 있다. 케이비엘러먼트는 지난 1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벤더사로부터 그래핀 소재에 대한 양산성능 평가(환경유해물질 미검출)를 통과하며 그래핀 대량 공급을 시작했다.

아래는 배경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2021년도에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4년이 흘렀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2021년에 투자를 유치하고 파주 공장을 인수했다. 그런데 파주에 온 후 약 1년 반 동안 사업하며 가장 힘든 고비를 넘겨야 했다. 양산 공장 허가가 기한 없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들로부터 발주를 받아 놓은 상태였고, 다음 해인 2022년 6월부터 공급이 예정돼 있었는데 공장 인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지자체, 국회까지 직접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발주를 받았던 계약 건들은 전부 취소가 됐다. 공장 인허가를 기다리는 1년 반의 시간 동안 아무런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버티며 직원들 월급만 줄 수 있었다. 대표로서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다행히 2023년에 허가를 받았고,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고객사와 투자사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신뢰를 깨버린 상황이니 부정적인 시선과 기업 이미지를 복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상황을 설명해도 믿지 않는 시선이 파다했다. 1년 반의 공백이 지금도 주홍 글씨처럼 남아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웃으며 추억하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것 같던 시간을 지나왔다.

▶다시 일어날 수 있던 건 대체할 수 없는 비산화 그래핀 양산 기술력 덕분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실제로 그래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단 두 곳뿐이다. 특히나 비산화 그래핀 양산이 가능한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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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내년에 걸쳐 다양한 산업군에서 자사의 비산화 그래핀이 적용된 결과물들이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일본 기업과 협업하며 연구 개발을 진행한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기존 첨가제 대비 우수한 성능을 검증받아 구매 조건부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다. 이 외에도 모바일 기기, 자동차 부품, 골프 용품 등 2026년까지 양산 계획이 빼곡히 잡혀있다.
▶업계 분위기는 어떠한가.
2021년에 투자를 받은 이후 그래핀을 다루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났다. 실제로 우리 회사를 벤치마킹해 창업한 사례도 있다. 창업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으나 한편으론 '시장의 선두주자로 불모지를 헤쳐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제품에 그래핀을 적용하며 상용화 결과물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는 지금, 그래핀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매해 더 커져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우리 회사를 롤 모델 삼고 뒤따라오는 후발주자들을 보면 뿌듯하다.
산업 환경도 2021년에 비해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은 반도체 소재,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산업, 친환경 및 탄소중립 기술 도입 등 첨단소재 기업들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술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차세대 신소재인 나노소재, 그래핀, 탄소나노튜브(CNT) 등의 혁신적인 소재 개발 또한 적극 추진하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만큼,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 양산 기술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에 그래핀을 적용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섣부른 결과를 바라는 경우를 다수 목격한다. 그래핀은 각 적용 대상에 따라 섬세한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연구 개발을 위한 인고의 시간은 물론 양사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R&D 기간이 1~3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50% 이상 연구, 제조 인력으로 운영되는 자사로서는 R&D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다. 전세계가 첨단 산업 분야의 고기능성 복합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그 주요 소재로 그래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인도 등의 그래핀 회사들은 정부나 투자사를 통한 자금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의 경우는 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현실이다.
자사는 앞으로도 그래핀 양산과 그래핀 분산 기술력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중국 CCE, 파리 JEC WORLD 등 해외 소재 박람회를 통해 비산화 그래핀 양산과 그래핀 분산 기술력이 핵심인 점도 확인했다. 해외 그래핀 기업들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 기관과 투자사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부탁드린다. 케이비엘러먼트는 그래핀 상용화와 국가 기술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래핀 소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