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을 총괄할 사령탑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자율주행과 차량 운영체계(OS)를 포함한 미래차 핵심 영역의 글로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2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이 사임한 지 약 20일이 지났지만 현대차그룹이 아직 후임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SDV 전략 전반을 책임질 적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VP 본부장은 차량 OS 통합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구조 설계 등 SDV 전반의 방향성과 실행 속도를 좌우하는 보직이다. 차량용 OS 통합 범위나 자율주행 기능 적용 시점처럼 한 번 결정되면 차세대 플랫폼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 이 조직을 통해 조율돼 왔다. 이 때문에 해당 조직을 이끌 수장을 선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송 전 본부장 사임 이후 일각에서는 포티투닷과 AVP본부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포티투닷을 직접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일정 부분 불식됐다.
그럼에도 SDV 총괄 조직의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는데 따른 부담은 상당하다. 후임자 선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차량 소프트웨어 기능 고도화 시점이나 적용 차종 범위 결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칫 차세대 플랫폼에서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속속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부터 국내에도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를 도입해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차로 변경, 신호 인식 기능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슈퍼크루즈'를 통해 고속도로 주행 중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운전자의 감시를 전제로 하지만 실제 주행 경험 측면에서는 기존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재 관리와 외부 협력 측면에서도 문제다.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조직의 전략적 위상에 대한 내부 신뢰가 흔들릴 수 있고 이는 중장기적인 인재 유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기업과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 파트너와 협업에서도 협상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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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섣부른 인선이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DV 전략은 글로벌 차량 플랫폼과 주요 차종 출시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분야의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 부서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것인지 우려되는 대목"이라면서도 "향후 2~3년이 현대차그룹에 쉽지 않은 시간이 되겠지만 이를 조기에 정리해 정의선 회장의 개발 방향성에 맞는 인물이 선임된다면 오히려 적절한 예방주사를 맞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